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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뛴다는 압박감을 매주 견뎌야 한다. 미국 내에서 이동해도 10시간이 넘게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태국과 대만, 멕시코 등을 오가 매주 접하는 문화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LPGA 투어를 한 번이라도 겪어본 선수라면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때문에 정상에 오르기까지 선수 한 명을 위한 가족들의 희생은 어찌 보면 필수다. 특히 국내 여자 골프에선 딸과 함께 ‘팀’을 이뤄 생활하는 부모를 자주 볼 수 있다. 장하나(25)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의 희생으로 장하나는 LPGA 투어에서 성공했다. 그의 아버지 장창호(65)씨는 나이 마흔에 늦게 낳은 외동딸을 위해서 기꺼이 운전대를 잡으며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어머니 김연숙(66)씨는 한국에 남아 딸을 응원했다. 덕분에 장하나는 해가 세 번도 바뀌기 전에 4승을 거두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우승을 신고한 것도 장하나다. 세계랭킹은 10위(23일 기준)로 자신의 골프 인생 목표였던 ‘세계랭킹 1위’도 꿈만은 아니었다.
장하나는 “그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LPGA 시드권을 반납하고 앞으로 KLPGA 투어에서 뛸 예정이다”라며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 천번 질문을 스스로 했고 무엇이 더 소중한지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심경을 밝혔다.
장하나는 “아버지도 이제 아이들한테는 할아버지로 불릴 연세다”라며 “엄마도 너무 보고 싶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4번의 LPGA 투어 우승에도 숙소에 들어가면 왠지 모를 공허함과 허전함이 밀려왔다”며 “그동안 세계랭킹 1위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인 줄 알았는데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지난달 국내 대회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내년 LPGA 투어 대회 일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외로움과 사투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었고 미국에 대한 미련도 남았었다. 하지만 굳센 장하나의 마음도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자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를 혼자 두고 다시 미국으로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장하나는 “LPGA에서 함께한 모든 순간이 최고였다”며 “앞으로 잘 준비해서 팬들께 좋은 모습으로 인사하겠다”고 LPGA 투어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장하나는 다음달 2일 제주도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부터 KLPGA 투어 일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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