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전 앞둔 이효필 감동시킨 박종팔의 전화 한 통

  • 등록 2015-11-16 오전 11:40:51

    수정 2015-11-16 오전 11:43:55

12년전 이효필(왼쪽) 대 박종팔의 입식타격기 경기 모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격투기 경기에 나서는 ‘기인 파이터’ 이효필(57)이 친구 박종팔의 응원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이효필은 오는 21일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프로레슬러 겸 종합격투기 파이터 김종왕(41·㈜대영/해림)과 은퇴 경기를 치른다.

누가 보더라도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이 없다. 곁에서 그를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각오다. 계속된 훈련으로 110kg에 육박했던 체중도 95kg까지 감량했다.

특히 최근 이효필은 기분 좋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랜 죽마고우인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박종팔의 전화였다. 친구의 전화를 받는 것이 뭔 대수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둘은 지난 10년 넘게 서먹한 관계였다.

2003년 7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격투기 경기 때문이었다. 킥복싱 선수 출신인 이효필과 프로복서 출신인 박종팔은 입식타격기룰로 경기를 벌였다.

시작 전만 해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이효필이 로킥으로 박종팔의 다리를 공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박종팔은 생고무 바닥의 슈즈를 신은 채 킥을 날리는 것은 반칙이라며 발끈했다. 경기는 이효필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둘의 관계는 전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이후 긴 시간이 흘렀고 박종팔은 오랜만에 이효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냥 안부 전화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효필이 은퇴경기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박종팔이 “준비는 잘 돼가냐”고 먼저 묻자 이효필은 “잘 하고 있다”고 답한 뒤 “근데 너는 나한테 두들겨 맞았는데 내가 김종왕한테 지기를 내심 바라는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박종팔은 “아냐, 임마. 그랬어도 내가 네 친구인데 나는 당연히 네 편이다”라며 “꼭 이겨라”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격투기 때문에 어색해졌던 오랜 친구가 결국 격투기로 화해하는 순간이었다. 이효필로선 오랜 시간 가슴 한 켠에 뒀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어 더욱 짠할 수밖에 없었다.

이효필은 “12년 전 박종팔과 싸웠을 때 체중이 지금과 같은 95㎏다.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요즘 몸 상태 같으면 현역 생활을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큰소리쳤다.

이어 그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다. 나도 열심히 해왔지만, 후배 김종왕 선수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경기 당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효필의 은퇴전에 앞서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영화배우 이동준의 시범경기도 열린다. ‘더 라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격투기 대회는 남성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 여성 입식격투기 각 1개 경기씩을 포함해 총 5개 경기가 벌어진다. 스포츠전문채널 KBS N 스포츠에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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