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빠진 女 피겨 침체, 현실화되나

  • 등록 2014-06-20 오후 2:40:34

    수정 2014-06-20 오후 2:40:34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휴식을 선언하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도 2014-2015시즌 대회 불참을 알렸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유력 언론인 NBC 스포츠는 코스트너의 페이스북 글을 바탕으로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3)가 은퇴한 가운데 아사다 마오(23·일본), U.S 대회 2차례 우승에 빛나는 아그네스 자와드즈키(19·미국), 코스트너까지 다음 시즌을 쉬기로 하면서 세계 여자 피겨계는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 ‘피겨여왕’ 김연아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김연아와 제이에스티나가 함께하는 썸머 나이트(SUMMER NIGHT)’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한대욱 기자


당분간 러시아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엘레나 라디오노바(15)와 같은 러시아 선수들이 패권을 쥘 것이라는 게 NBC 스포츠의 분석이다.

이들에 대항할 주요 선수로는 그레이시 골드(18), 애슐리 와그너(23) 등 미국 선수들이 있지만,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러시아 선수들의 강세를 막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10대 후반이 여자 피겨선수의 최전성기임을 고려하면 러시아 선수들은 향후 2~3년간 전성기를 누릴 것으로 예측된다.

여자 피겨의 인기의 추락은 판정 시비도 한몫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는 클린 연기를 선보였지만, 실수를 저지른 소트니코바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심판익명제에 의한 불공정한 가산점, 러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한 심판진 배정 등으로 김연아는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땄다. 김연아의 은메달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재심을 요구하는 외침들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초반에는 피겨팬들이 재심 청원운동을 벌이더니 나중에는 ‘피겨 원로’ 팀 우드와 빌 파우버, 피겨스케이팅 테크니컬 전문가 팀 거버, 기자인 모니카 프리들랜더 등까지 가세했다.

필립 허쉬(시카고트리뷴 스포츠 취재기자), 제시 헬름스(야후 칼럼니스트), 잭 갤러거(재팬 타임스 편집인) 등 잔뼈가 굵은 언론인들도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의 퇴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친콴타 회장의 재임이 확정되고 대한체육회,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보낸 김연아 관련 제소장이 ISU로부터 기각되면서 피겨의 공정성과 인기 회복은 요원한 일로 남게 됐다.

피겨는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친콴타 회장의 등장 이후 그 열기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ISU가 벌어들인 미국의 TV 중계권료는 2004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김연아와 같은 거물급 스타의 등장이 절실한 때다. 그러나 기존 스타들인 아사다 마오, 코스트너 등이 잇따라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자 피겨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17세 동갑내기 박소연과 김해진이 세계 피겨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선수가 김연아의 뒤를 이어 세계 여자 피겨의 인기를 되살리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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