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가 위대한 까닭, '데드볼 시대' 이후 '최저 ERA' 질주

  • 등록 2014-08-06 오후 4:02:37

    수정 2014-08-08 오후 1:47:05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의 팀동료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가 시즌 14승을 아쉽게 놓쳤지만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며 강한 인상을 심었다.

커쇼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에인절스와 인터리그 4연전 홈 2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7피안타 3실점 2볼넷 7탈삼진’ 등을 기록했다.

4-3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를 브라이언 윌슨(32·다저스)에게 넘겨 다저스 프랜차이즈(연고) 최다기록에 -1개차(1958년 LA 시대 이후 1975년 버트 후튼이 세운 12연승)인 개인 11연승을 거두는 듯 했으나 8회 윌슨이 앨버트 푸홀스(34·에인절스)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통타당하며 승리가 날아갔다.

다저스가 반드시 이겼어야 했던 경기

시즌 21호 및 통산 513호 대포를 결정적인 순간 가동한 푸홀스(3타수2안타 1홈런 2타점)는 전설의 두 ‘명예의 전당’ 헌액자 에디 매튜스와 어니 뱅크스를 제치고 역대홈런 랭킹 단독 21위로 올라섰다.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커쇼의 승(시즌 13승2패 평균자책점 1.82 157탈삼진 등)은 불발됐지만 다행히 다저스는 9회말 1사1,3루 찬스에서 대타 안드레 이디어(32·다저스)의 땅볼 타구 때 3루수 데이비드 프리스(31·에인절스)의 홈 송구 에러(공식기록)에 힘입어 결승점을 뽑으며 5-4의 짜릿한 끝내기 승을 거뒀다.

앞서 다저스는 그리 길지 않은 에인절스와 인터리그 역사에서 40승57패로 크게 뒤졌다. 97경기의 스코어 차는 무려 380-441로 벌어져 있었다.

이날 1점차 신승으로 일단 41승째를 거뒀고 홈경기 기준으로는 전날 잭 그레인키(30·다저스)의 패배를 설욕하며 25승25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양팀은 7일 장소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으로 옮겨 3,4차전에 임하는데 다저스는 ‘프리웨이시리즈(다저스-에인절스 인터리그)’ 원정에서만 16승32패로 절대적인 열세여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스 커쇼가 나간 홈 2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3,4차전은 ‘대니 해런(33·다저스) 대 맷 슈마커(28·에인절스)’, ‘류현진 대 C.J. 윌슨(33·에인절스)’의 맞대결로 속개된다.

라이브볼 시대’ 100년을 지배하고 있는 커쇼

이날 커쇼는 최근 기세나 평소답지 않게 완벽하지 못한 모습 속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인 기록 두 가지를 남겼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2경기 연속 완투 행진을 중단했지만 14경기 연속으로 ‘3실점 이하+7탈삼진 이상’을 거둬들였다.

지난 100년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1986년 마이크 스캇(12회)과 2002년 커트 쉴링(11회) 등을 넘어 이 부문 최강의 좌완특급 중 하나인 1999년 랜디 존슨(50)이 세웠던 14경기와 동률을 이뤘다.

커쇼는 어깨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5월1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원정)에서 ‘1.2이닝 7실점’의 난조를 보인 뒤 천하무적의 페이스를 지속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른바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최고 투수로 해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배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 뒤 ‘ESPN’은 ‘커쇼가 얼마나 대단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의 통산 평균자책점(ERA) 수치에 주목했다.

이날로 커쇼의 통산 ERA는 2.52를 찍었다. 이는 라이브볼 시대가 열린 1920년 이후 최소 100경기와 1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 가운데 역대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1900년대 메이저리그 야구는 ‘데드볼 시대’와 ‘라이브볼 시대’로 나뉜다. 1900년부터 1920년까지는 홈런이 터지지 않던 데드볼 시대로 사이 영이 이때를 잘 타 511승이나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바로 데드볼 시대의 끝이 1920년이었고 이후를 라이브볼 시대로 부르며 대다수의 기록들이 1920년 전과 후로 잣대가 매겨지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같은 숫자라도 데드볼 시대와 라이브볼 시대에 따라 가치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커쇼의 통산 ERA가 더 놀라운 점은 2위권과 무려 0.25점 가까이 벌어져 있다는 사실이라고 ESPN은 재차 강조했다.

커쇼 뒤로 두 ‘명예의 전당’ 헌액 투수인 와이티 포드(2.75)와 샌디 쿠팩스(2.76)가 포진해 있다.

이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나오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수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커쇼의 데드볼 시대 이후 역대 최저인 통산 ERA를 놓고 지난해 8월에도 상당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그의 ERA는 2.67이었고 1년 사이 이를 다시 0.15나 내렸다.

최근 몇 년간 아무리 역대급의 ‘투고타저’ 현상이 메이저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해도 커쇼는 동시대의 그 많은 투수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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