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이다.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12월과 1월은 선수들이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선수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12월은 유독 말이 많다. 대부분 팀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새로운 화두로 삼으면서 12월까지 캠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목한 점은 정작 선수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선수협의회가 ‘생각보다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이전의 날선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12월 훈련에 거부감을 갖는 주장이 다수인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존재하고 있다.
훈련 환경만 놓고 보면 현재 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 캠프가 가장 이상적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경제 효과 등을 이유로 국내 훈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적인 차이는 크다.
현재 구단들이 해외 캠프에서 활용하고 있는 훈련지는 대부분 2개의 야구장과 실내 훈련장이 갖춰져 있다. 한꺼번에 많은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비가 와도 임시방편이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 역시 큰 장벽이다.
야구는 정답이 없는 스포츠다. 12월의 훈련 방법에 대해 선수간 온도차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특히 팀을 옮긴 선수나 방출 뒤 새둥지를 튼 선수들에게 12월의 절실함의 시간이다.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선수들의 권익 역시 분명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젠 해법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 “해야 한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비활동 기간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월과 1월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공식 훈련 개시일은 2월1일이다. 그러나 최근 이마저도 변화 조짐이 있다. 선수들 위주이긴 하지만 스프링캠프 시작이 빨라지는 구단이 나오고 있다.
또 오릭스를 비롯, 적지 않은 팀들이 12월 현재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구단 유니폼만 입지 않았을 뿐 젊은 선수들 위주로 코치들이 파견된 팀 훈련 중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도 제기되고 있다. 기요다케 요미우리 구단 대표는 최근 “호주 리그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전에도 선수들을 중남미 윈터리그에 파견한 적은 있지만 팀을 짜 파견할 경우 체계적인 훈련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일본 역시 갈수록 부족해지는 선수 자원을 만회하기 위해선 훈련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훈련하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에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분위기다.
한국 프로야구도 이런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야구 캠프도 고려해볼 만 하다. 중계권료 등 일정 수익을 적립,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에게 캠프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각 구단에서 파견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방법이건 문제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기량 향상이라는 더 큰 목표만 먼저 생각했을 땐 어떤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비활동기간 훈련은 이제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과 타협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