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경쟁'을 대하는 박병호·강민호의 자세

  • 등록 2015-07-01 오전 11:57:52

    수정 2015-07-01 오전 11:57:52

박병호(왼쪽)와 강민호.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넥센 박병호와 롯데 강민호는 올시즌 홈런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강민호가 시즌 초반 무서운 페이스로 24홈런을 만들었고, 그 뒤 박병호가 따라붙었다. 3위 삼성 나바로가 1개 차로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두 선수는 홈런 1위 자리를 나란히 나눠 앉고 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의 홈런 경쟁이 흥미로운 이유기도 하다. 박병호와 강민호는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친한 사이기도 하다. 박병호, 나바로, 테임즈(NC), 최형우(삼성) 등 기존 강자 사이에 강민호가 가세하며 더 재미있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올시즌 홈런왕 매치업에 ‘홈런 1위’ 강민호와 박병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강민호는 ‘홈런왕 경쟁’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사레를 쳤다. “3년 연속 홈런왕을 한 병호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잘 쳐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병호가 지금까지 제 실력발휘를 잘 하지 못한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대신 강민호는 올시즌 박병호에 대해 “포수로서 상대하기 더 무서워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작년같은 경우에는 한 방만 맞지 말자는 생각으로 병호와 볼배합을 가져갔는데 올해는 안타도 많고 타점도 많아서 주자가 있을 때 상대하기 더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박병호가 올시즌 더 강력해진 이유는 홈런 1위 뿐만 아니라 타율도 지난해 3할3리보다 높은 3할4푼9리를 기록 중이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73경기서 76안타를 친 박병호는 올 시즌 같은 기간 안타가 97개나 된다. 박병호는 홈런 부문과 함께 최다 안타에서도 1위가 됐다. 강민호가 박병호 승부를 더 어려워하는 이유다.

강민호는 그런 박병호와 비교를 거부한다. 강민호는 “병호는 의식해서 볼을 일부러 띄워 보낸다고 하더라. 나는 볼 보고 막 치는 수준이다. 그런 병호와는 차이가 난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내가 넘 볼수 없는 타자”라면서 “병호 같은 타자들은 여기 있기 보다 빨리 외국무대로 가야한다”는 말로 박병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강민호는 홈런왕보다 꿈 꿔온 목표가 따로 있다고 했다. 30홈런이다. 강민호는 “올해 홈런에 대해 유일한 목표가 있었다면 20홈런이었다. 이미 그 부분은 넘어섰으니 이제 30홈런만 치면 좋겠다. 40홈런까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30홈런만 치면 “여한이 없겠다”는 표현까지 덧붙였다.

강민호와 수치적인 목표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박병호도 홈런왕을 의식하진 않는 건 마찬가지다. 박병호는 “이제 시즌 절반을 했을 뿐인데 홈런이 의식한다고 막 나오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박병호도 강민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부분은 강민호의 포지션 때문이다. 포수는 홈런 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 투수 볼배합 등 많은 걸 생각하고 고려해야하는 포지션이다. 박병호는 “민호 형이 포수로 워낙 체력소모가 많은 포지션인데도 중심타자 몫까지 해주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수 대비 홈런은 강민호가 박병호보다 많고 타점 부분에서도 두 선수는 2개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장타율에선 오히려 강민호가 6할9푼4리로 앞서있는 상황이다. 박병호에겐 강민호가 좋은 경쟁자이자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박병호도 그런 강민호를 보며 많이 배웠다고도 덧붙였다. “민호 형 친 걸 보고, 타격폼을 보면서 나도 초반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워낙 타이밍이 좋고 갖고 있는 힘을 잘 실어서 넘긴다. 민호 형도 정말 대단한 타자”라면서 “부상에서 회복하면 민호 형과 더 좋은 경쟁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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