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난코스로 만든 이유 "더 많이 준비하고 경험하라"

최경주가 6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를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더 많이 준비하고 경험을 쌓아라.”

6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 둘째 날 경기를 끝낸 최경주(53)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이틀 동안 8오버파 152타를 쳐 컷 통과가 어려워졌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컷 탈락이다.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코스 세팅에 그는 “마치 US오픈을 치는 것처럼 오랜만에 힘든 경기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며 “아쉽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으나 경기하면서 ‘우리도 이렇게 코스를 세팅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성적에 관계없이 기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린 페럼 클럽과 코스 세팅에 직접 참여한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페어웨이 길이를 18mm, 폭은 15~25m, A러프 35mm, B러프 100mm 이상 길러놨고 1라운드 그린스피드는 3.4m, 2라운드 땐 3.5m로 높였다. 코리안투어의 일반 대회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으로 대회 개막 이전부터 어려운 경기를 예고했다.

예상했던 대로 선수들은 고전했다. 첫날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가 12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경주도 4오버파를 적어냈다.

이처럼 까다롭게 코스를 세팅한 이유가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한 코스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1994년 프로가 된 최경주는 한국과 일본을 거쳐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PGA 투어 Q스쿨을 통과했다. PGA 투어에서만 통산 8승을 거둔 그는 후배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PGA 투어에 버금가는 코스 세팅을 준비했다.

최경주는 “우리 선수들이 국내에서만 경기한다면 모르겠으나 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 다양한 투어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코스에서의 경험이 필요하고,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것이 다른 투어에 가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코스 난도를 까다롭게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최경주는 프로골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코스 세팅에는 최경주가 투어 활동을 하며 터득한 경험과 성공의 비결이 녹아 있다.

그는 “이게 어려운 게 아니고 정상이다. 적당히 해놓고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선수는 경기를 통해서 배우는 게 많아야 한다”라며 “평상시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라운드하는 것과 경기 때 부담감을 이겨내며 배워가는 것은 다르다. 어렵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선수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세계 무대로 나가는 목표를 세웠다면 그런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이런 코스에서 경기하면 그만큼의 보상과 함께 성취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후배들에 더 많은 경험과 도전을 강조했다.

최경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이 대회는 올해로 12회째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은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자리 잡았다. 최경주는 이 대회를 PGA 투어의 메모리얼 토너먼트나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같은 대회로 만들고 싶은 뜻을 엿보였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아널드 파머가 주최하는 초청 대회다.

최경주는 “잭 니클라우스는 ‘최고난도 코스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라’는 철학으로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준비했다”라며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열리는 뮤어필드는 코스 세팅이 매우 까다롭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언더파를 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이유는 그런 까다로운 코스를 정복하기 위해 선수들이 저마다 더 다양한 구질을 연마하고 공략법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선수라면 가야 할 깃을 찾아가야 한다. 세계 무대로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선수가 국내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본인의 기량에 맞는 환경을 찾아 계속 도전해야 한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서야 한다. 나 역시 1997년 PGA 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운 뒤 일본을 거쳐 PGA Q스쿨에 도전했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현지로 나가 부딪히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0년부터 PGA 투어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24년 차가 된 최경주는 내년 더 활발한 투어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PGA 투어 대회에 더 많이 나가려고 한다”라며 “은퇴하지 않을 거라면 더 잘하고 싶다. 예전처럼은 못하겠으나 내가 원하는 그림을 찾고 싶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멋있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 2024년에는 가능한 한 더 많이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최경주가 10번홀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