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대표 (사진=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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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2014년보다 2018년이 훨씬 더 뭉클하네요.”
2018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바라보는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대표의 말이다. 박승일 대표는 11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요양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꿈을 처음 가졌을 때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컸다. 이제 부지 마련으로 ‘절반의 기적’이 이루어졌다. 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은 2002년 루게릭병 발병 직후부터 박승일 대표의 단 한 가지 꿈이기도 하다.
연세대를 거쳐 1994년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단한 박승일은 선수로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1998년 일찍 선수 생활을 접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간 유학을 떠났고 당시 모비스 오토몬스 감독의 제안을 받아 만 31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코치로 선임됐다. 하지만 2002년 4월 몸이 불편해 찾은 서울대학교 신경과에서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2018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션의 박승일 대표를 향한 ‘서프라이즈 선물’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병원 건립부지를 보고 싶다는 박승일 대표와 함께 용인으로 간 션은 그곳에서 직접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2018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작했다. 션 이후 엑소 찬열, 소녀시대 수영, 배우 박보검, 다니엘 헤니, 소유진 등 10일 만에 100여 명의 스타들이 참여했다. 박승일 대표는 “2014년의 아이스버킷 챌린지때는 미국에서 일어난 붐이 한국에 전달되면서 의미 전달이나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얼떨결에 지나갔는데,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참가자들께서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션 대표와도 공감한 내용이지만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경직된 캠페인이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재미로만 참여하지 않는다면 얼음물을 맞으면서 즐거운 캠페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18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작하는 션(왼쪽), 박승일 대표 (사진=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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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4년여 만에 부활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2014년 6월 한 골프선수의 착안으로 시작됐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이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SNS에 올린 뒤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하거나 기부(승일희망재단)를 릴레이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2014년 당시 한국에도 상륙, 연예인과 유명인의 참여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박승일과 션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승일희망재단은 당시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40억의 기부금을 모았고, 루게릭요양병원 건립 부지 약 3306㎡를 경기도 용인에 마련했다.
|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는 박보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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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도운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는 이에 대해 “얼음물을 맞으면 근육이 놀라면서 ‘움찔’하게 되지 않나. 루게릭병 환자들은 늘 그런 상태라고 상상하시면 된다”며 “그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하고 소중한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주신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캠페인에 임한다고 해서 비난할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단지 유명인이나 연예인뿐 아닌 일반인들의 참여에 감동했다고 말한다. 그는 “연예인들이 참여해주시면 그 팬덤이 더 큰 손길로 기부에 나서는 현상에 놀랐다”며 “박보검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셨는데,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기부상품 (뱃지)를 두 개나 가슴에 매달고 챌린지를 하셨다. 덕분에 팬들도 박보검의 생일(6월 16일)에서 착안, ‘6160원 기부하기 운동’을 펼쳐 해당 액수로 수많은 분들이 기부를 하셨다”고 말했다.
승일희망재단은 캠페인을 알리고 기부의 창을 열어두면서 ‘투명성’을 최우선시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입출금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수시로 운영현황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박 이사는 “기부자들께서는 자신들의 소중한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 아실 권리가 있다”며 “1원 단위도 잊지않고 모두 적어 홈페이지에 수시 업데이트 중”이라고 말했다.
|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대표 (사진=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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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승일 대표는 자판을 든 보호자를 향해 눈을 깜빡여 의사소통을 한다. 최근에는 눈을 깜빡이는 것이 어려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는 “몸이 안좋지만 마음은 따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루게릭병은 환우도 괴롭지만 그 가족들도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라며 “호흡기를 착용하는 환자의 경우, 호흡기가 1분 가량만 오작동되어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인지는 살아 있는데 행동이나 소통을 할 수 없는 환자를 매분 매초·매분·24시간·365일 그 가족이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일 대표는 “루게릭요양병원은 환우들과 그 가족을 위한 삶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나눔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