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시련과 압박 이겨낸 황제' 화이트,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 등록 2018-02-14 오후 2:47:46

    수정 2018-02-14 오후 2:48:43

1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숀 화이트가 베뉴 세리머니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평창은 황제의 재즉위를 위한 완벽한 장소였다.

화이트는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75점으로 개인 통산 3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기억에서 확실히 지웠다.

화이트는 세계 최고의 스노보더이자 모든 동계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스타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스노보드를 대중화시키며 올림픽 정식종목까지 이끈 주인공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각종 상품과 게임 등을 통해 돈도 엄청나게 벌었다.

화이트는 올림픽에서도 늘 주역이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4년 전 소치에서는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면서 4위에 머물렀다. 소치에서 경기를 망친 화이트는 그날부터 평창을 준비했다. 부활을 위해 칼을 갈았다.

평창에 오는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화이트는 지난해 11월에는 연습 도중 넘어져 얼굴과 폐를 크게 다쳤다. 얼굴에 62바늘을 꿰맸다.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간신히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미국 대표 선발 순위가 문제였다. 3위까지 자력으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데 화이트는 줄곧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화아트는 또 한번 반전을 썼다. 지난달 14일 미국 콜로라도 스노매스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100점 만점으로 우승을 차지해 기적처럼 미국 대표 자격을 획득했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화이트는 1차 결선에서 94.25점을 얻어 1위로 나섰다. 하지만 2차 예선에서 착지에 실패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20·일본)가 2차 시기에서 95.25점을 받아 화이트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3차 결선에서 95.25점을 뛰어넘는 기적이 필요했다.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화이트는 화이트였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화이트는 첫 번째 점프와 마지막 점프에서 4회전 점프를 두 차례나 펼치는 등 고난도 기술을 마음껏 뽐냈다.

최종 점수는 97.75점. 금메달 확정이었다. 화이트는 크게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역대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 최고 점수이기도 했다.

이미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수많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주인공이지만 이날 그는 어린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은 동시에 압박감에서 해방됐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어사화 수호랑’ 인형을 전달하는 베뉴 세리머니 중에도 눈에선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화이트는 경기 후 “나는 경쟁을 원하고 부담감을 좋아한다. 점수에 관계없이 최고의 기술을 펼치기를 원한다”며 “오늘은 내 스노보드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를 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이미 3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화이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화이트는 스노보드가 아닌 스케이트보드 선수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케이트보드 종목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전부터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를 병행해온 화이트는 “4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스케이트보드 선수로 참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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