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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돌아왔다. ‘끝까지 간다’는 장르의 공식을 비틀고 스토리의 반전을 거듭하며 신선한 쾌감을 준 영화였다. 오락성에 완성도까지 갖춰 웰메이드 상업영화로 평가됐다. 그래서 복귀작인 ‘터널’에 관심이 쏠렸다. ‘터널’은 재난영화다. 2013년 출간된 소재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관객들이 김성훈 감독에게서 기대하는 바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재미가 있고 없고의 차원이 아니다. 김성훈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 지 궁금해 한다. 복귀작을 준비하며 고민이 없지 않았을 터이다.
“영화는 큰돈이 들고 관객이 선택하게 하려면 할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영화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으니까 제 경우에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입니다.”
사람을 많이 본다고 해서 누구나 좋은 이야깃거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노년의 여성이 녹색불이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그 모습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고 가슴이 뻐근해지는 이도 있다. 김성훈 감독은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약자, 소수자를 좇는다고 했다.
‘터널’의 배경은 험하다 못해 끔찍하다. 재난의 공간이어서다. 인물도 대단한 영웅이 아니다. 처자식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터널’의 재난이 리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재난영화여도 따뜻함이 있다. ‘터널’은 많은 재난영화들이 생명을 다루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 터널 안에 고립된 한 생명을 통해서 끊임없이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한다. 터널 밖의 정치인과 언론인도 풍자의 장치로 생명의 가치를 역설한다.
“어떤 사회든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얘기하는데 정말로 그런지 모르겠어요. 종교적인 이념이나 생각의 차이로 사람을 해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타자를 사람으로, 자신으로 여긴다면 아이가 있는 곳에 폭탄을 설치할 수 있을까요. 터널에 갇힌 사람이 한 명이라는 소설의 설정이 그래서 좋았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저울질 하는 상황은 생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터널’은 정서적인 공감에만 호소하는 영화는 아니다. 할리우드급 스케일을 바랄 수는 없어도 헬기와 드론을 활용해 생생하고 압도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터널 밖은 실제 폐터널을 이용해 세트가 지어졌다. 대규모 공사 현장 같은 작업이었다는 후문이다. 터널 안의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콘크리트 모형을 떨어뜨리고 화약을 폭발시켜 실제 같은 붕괴 장면을 담았다. 김성훈 감독은 무게감, 충돌감으로 어둡고 좁은 공간이 지루할 틈 없도록 연출했다.
“언젠가 명품에 뭘까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값이 비싸다고 명품으로 불리지 않는 것 같아요. 트렌치코트의 단순한 스타일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시간을 이기는 것이야 말로 명품이 아닐까요. 열심히 노력해서 시간을 이기는 영화를 찍는 것, 그게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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