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16년 만에 세계농구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대만과의 3~4위전에서 초반부터 맹공을 펼치며 75-57로 압승했다. 대만전 승리로 아시아 3위를 확정한 한국은 내년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국내 농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잃었다. 우선 유재학 감독과 ‘신예’ 김민구의 발견이 국내 농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높이의 열세를 인정하고 한국만의 방식으로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유 감독은 전면 압박수비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해 득점을 이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경기 직후 항상 수비를 강조하던 그의 모습에서 수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일약 스타로 떠오른 김민구(22·경희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9경기 평균 12.7득점 4.1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이 걸린 필리핀, 대만전에서 각각 27점, 21점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주가를 드높였다.
대회 기간 무려 114점을 올리며 대표팀의 득점을 책임진 김민구는 국내외 언론에 집중 조명됐다. 필리핀의 한 매체는 김민구를 ‘핫샷’(Hotshot. 스포츠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그의 존재감을 칭찬했다.
주요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김민구는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대만전 직후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또 SNS에서 ‘김민구’를 검색하면 하루 사이에 올라온 수백 건의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국내 농구계에 몇 가지 숙제도 안겼다. 먼저 농구 관계자들에게 국제 대회의 성적이 곧 국내 농구의 인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했다. 대표팀에 금전적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은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들에게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은 유료 케이블 채널을 활용하거나 음지의 경로인 인터넷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중계화면 옆 채팅 창에서는 중계와 관련한 불만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매 경기를 앞두고 포털 검색어에 ‘한국-OO 경기 중계’라는 검색어가 오르는 현실도 씁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내 남자농구 대표팀의 성적 부진이 언론사의 외면을 일정부분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팀의 성적 부진이 애초에 어디에서부터 기인했는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다. 대한농구협회와 대표팀, 방송사의 고리가 하나라도 흐트러진다면 국내 농구의 발전은 소원하다. 이들의 관계가 선순환하며 제2의 농구붐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 관련기사 ◀
☞ ‘3연승 전망?’ 한국 농구에 카자흐스탄전이 주는 의미
☞ 한국 농구, 바레인 꺾고 8강행 발판 마련? '인기 부활'은 지금부터
☞ 침체됐던 한국 농구, '강호' 중국-이란 완파하고 전환점 맞나
☞ '스페인으로 간다!' 한국 농구, 16년만에 세계선수권 진출
☞ 한국 농구, 지금 필요한 것은 샴페인 아닌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