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신의현 동메달 뒤에는 ‘철인보다 강한’ 어머니

신의현 바이애슬론 15km에서 한국 첫 메달
어머니 이씨 "메달 딴 아들 고맙고 자랑스러워"
  • 등록 2018-03-11 오후 3:55:11

    수정 2018-03-11 오후 3:55:11

신의현이 11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좌식경기에서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메달 못 따도 상관 없다.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신)의현이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11일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38)은 전날 자신의 이번 대회 첫 종목이던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7.5km 좌식 부문에서 5위에 그쳤다. 메달 획득이 좌절되자 눈물을 쏟아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감도 배가 됐다. 현장에 있던 신의현의 어머니 이희갑 씨는 거친 숨을 쉬며 경기를 끝낸 아들을 보자마자 끌어안고는 뺨을 어루만지며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위로했다. 철인보다 더 강한 어머니였다.

신의현에게 어머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숱한 위기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 이 씨 덕분이었다. 신의현은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신의현을 살리기 위해서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그 동의서에 직접 서명을 해야 했다. 의식이 돌아온 신의현이 “왜 나를 살려냈냐”고 울부짖어도 이 씨는 끝까지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의현에게 “다리 없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며 용기를 줬다.

어머니 이 씨의 자식 사랑은 대단했다. 충남 공주 정안에서 밤 농사를 지으면서 아들을 씩씩하게 키웠다. 아들이 운동으로 어깨가 뭉치면 벌침을 직접 놓아주기도 했다. 신의현은 장애를 얻기 전에는 어머니의 밤 농사를 도와주던 평범한 아들이었다.

두 다리를 잃고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외출을 하지 않으며 현실을 부정하던 신의현은 어머니의 헌신에 다시 일어섰다.재활 운동 등으로 삶의 이유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배운 휠체어 농구에서 운동의 재미를 느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와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장애인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뒤 한국의 간판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다.

이 씨의 헌신은 마침내 신의현을 한국의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첫 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신의현은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km 좌식 종목에서 42분 28초 9를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팀의 첫 메달이자 역대 동계패럴림픽에서 나온 세 번째 메달이다.

29명의 출전 선수 중 28번째로 출발한 신의현은 3.8km 구간까지 10분 54초 3으로 5위를 기록했다. 이후 5.92km구간에서 4위, 12.99km 구간에서 중국의 쟁팽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후 순위를 유지했고 세 번째로 통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의현은 전날 어머니 앞에서 흘린 눈물에 대해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숙소로 들어가 긍정적인 내용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추슬렀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아달라는 말에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외쳤다. 어머니 이 씨도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는데, 메달을 따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메달을 떠나 우리 아들이 고생한 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철인의 인간승리는 아직 끝이 아니다.신의현은 13일 남자 바이애슬론 12.5㎞, 14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좌식), 16일 남자 바이애슬론 15㎞, 17일에는 남자 크로스컨트리 7.5㎞(좌식)에 출전해 또 다른 감동을 준비하고 있다.

신의현(왼쪽)이 10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 이회갑 씨가 안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신의현의 아버지 신만균 씨와 큰딸 은겸 양.(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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