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군필돌` H.O.T 멤버들의 `거수경례`

  • 등록 2011-03-08 오후 1:54:49

    수정 2011-03-08 오후 1:54:49

▲ 7일 이재원의 제대현장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H.O.T 멤버들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병역을 필했는지 미필했는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수경례를 해보면 안다.   훈련소에서 처음 배우고 제대할 때까지 수천 번도 더 하는 거수경례는 군인과 군대의 상징과도 같다. 따라서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할 줄 알면 군대를 다녀온 것이고 머뭇거리거나 어딘가 어색해 보이면 면제를 받았거나 한국 국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오전, 온통 현빈 입대 소식으로 연예뉴스가 넘쳐났을 때 경기도 양주의 28보병 사단 앞에도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조 아이돌 그룹 H.O.T의 막내 이재원이 22개월간의 현역 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재원의 제대를 기다린 것은 취재진과 300여명의 팬들뿐만은 아니었다. H.O.T의 멤버들인 토니안, 강타, 장우혁, 문희준도 막내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 마중 나와 있었다.

오전 9시 30분께 이재원이 부대 정문으로 걸어 나왔고 마침내 사회인이 됐다. 2004년 SBS 스타 핸드프린팅 이후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H.O.T 멤버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십대 중후반에 만난 이들이 어느덧 삼십 대가 넘은 예비역 아저씨가 되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취재진과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차츰 여유와 웃음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재원의 제대로 이들은 멤버 전원이 병역의무를 수행한 `군필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 취재진의 요청에 이들은 단체로 거수경례를 했다. 그 과정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던 장우혁이 잠시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렇지만 이내 다섯 명은 취재진의 카메라와 그리고 자신들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절도 있고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원조 아이돌이었던 H.O.T의 멤버들은 십 대 후반과 이십 대 전반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팀이 해체된 이후 이십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도 각자 훈련소에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들처럼 내무반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다.

멤버 중 유일한 공익근무요원 출신인 장우혁 역시 2007년 4월 경기도 의정부 306 보충대로 현역 입대했지만 훈련소의 신검결과 턱관절 이상으로 귀가조치됐고 이후 수술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대신했다.

덕분에 H.O.T 멤버 강타, 토니안, 문희준, 장우혁은 팀의 막내인 이재원의 제대현장에서 만나 취재진을 향해 떳떳하게 거수경례를 할 수 있었다. 비록 지난 2001년 팀이 해체된 이후 각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이들은 병역을 마쳤다는 공통분모 속에 `원조 아이돌 그룹`이란 별칭과 더불어 `병역 모범 아이돌 그룹`의 명예를 가지게 됐다.

물론 `병역 모범 아이돌 그룹`이란 명예가 H.O.T 멤버들에게 전성기 때의 인기를 되찾아 줄 리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향후 연예계 병역 비리가 전해질 때마다 `병역 모범 연예인`으로 언급되며 다섯 명이 함께 찍은 거수경례 모습이 함께 전해질 것이다. 병역 비리에 연루되어 고개를 숙이며 법정을 드나드는 다른 연예인과 대비되면서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H.O.T의 한 팬은 “요즘 아이돌 그룹 중에 우리 오빠들처럼 군 문제가 깨끗한 그룹이 또 나올까 싶다”며 “거수경례를 하는 H.O.T 오빠들이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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