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꿈꾸던 가나 청년은 어쩌다 비난에 휩싸였나

한 눈에 보는 샘 오취리 논란
인종차별 논란으로 과거 발언 '뭇매'
"지나친 비난은 주의해야"
  • 등록 2020-08-27 오전 11:00:00

    수정 2020-08-28 오전 11:00:09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칠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고, 또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방송인 샘 오취리의 상황이 달라졌다.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지적을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데 이어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며 연이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제는 국내 방송활동 지속이 가능한지 여부까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샘오취리(사진=이데일리DB)
지난 2013년 KBS2 ‘안녕하세요’에 우연히 출연한 이후, 평범한 학생에서 방송인이 된 샘 오취리는 외국인 같지 않은 화려한 말솜씨와 한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데뷔와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3년 방송된 tvN ‘섬마을 쌤’, 2014년 JTBC ‘비정상회담’, tvN ‘황금거탑’ 등 다수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고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꾸준히 활동했다.

샘 오취리는 한국을 향해 ‘우리나라’라고 표현하고 광복절엔 ‘대한민국 만세’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끔찍해 ‘오철희’라고 불릴 정도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영주권도 취득했다. 하지만 한국 팬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돌아섰다.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샘 오취리 자신이었다.

과거 남긴 댓글 하나로 불거진 ‘성희롱 동조 논란’

샘 오취리의 이름은 지난 2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올랐다. 그의 이름 옆에 ‘성희롱 동조’라는 문구가 붙기도 했다. 샘 오취리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배우 박은혜와 함께 찍은 사진에 한 네티즌이 “Cute once you go black, you never go back. Lol(흑인을 한번 만나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성희롱적인 의미가 짙은 댓글을 달자 샘 오취리가 ‘Preach’라는 답변을 남긴 게 발단이 됐다. ‘Preach’는 ‘설교하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의하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댓글이 회자되며 “성희롱을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샘 오취리가 댓글을 단 시기는 지난해 3월이다. 문제가 있는 댓글이었던 것은 맞지만 게재 당시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던 댓글이 1년 6개월여가 지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면서 샘 오취리는 비난에 휩싸였다.

샘오취리(사진=SNS)
◇호감→비호감 만든 ‘인종차별 논란’


샘 오취리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일기 시작한 사건으로 이달 초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이 꼽힌다. 샘 오취리는 지난 6일 의정부고 학생들이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장례 문화를 나타내 온라인 상에서 유명세를 탄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것에 대해 “흑인으로서 불쾌하다”고 지적하며 무지하다는 뜻의 ‘ignorance’, K팝을 비하하는 의미가 포함된 ‘teakpop’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샘 오취리의 이런 발언에 국내 네티즌들 일부는 반감을 드러냈다.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까지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샘 오취리가 “가나에 학교를 세웠다”며 “가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고국인 가나에 애틋함을 드러내온 만큼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안에 민감할 수도 있다고 그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샘 오취리의 SNS 글이 논란이 되며 과거 행적이 재조명되자 여론은 금세 뒤바뀌었다. 2015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눈을 찢는 포즈를 취한 것이 다시 소환됐고 “동양인을 비하한 것이 아니냐”, “인종차별을 지적한 샘 오취리가 오히려 동양인을 비하했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미 대중의 마음이 돌아섰고 샘 오취리가 질타의 대상이 된 만큼 오래 전 발언도 뭇매의 대상이 됐다. 샘 오취리는 지난 2014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최여진의 몸매를 바라보며 “정말 예쁘시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당시 MC 규현이 “위아래로 훑지는 말아라”고 하자 샘 오취리는 “가나에서는 몸부터 본다”고 응수했다. 해당 발언도 다시 소환되며 ‘성희롱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샘 오취리는 6년 전 발언까지 소환돼 힐난의 대상이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샘 오취리는 인종차별 논란 하루 만인 7일 “학생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고 사과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는데 경솔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샘오취리(사진=이데일리DB)
“잘못된 언행, 사람 자체의 문제로 보는 건 지양해야”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20여일 만에 다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진 것은 샘 오취리에 대한 대중의 감정이 어떠한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논란 확산에 샘 오취리는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으나, 비난이 잠재워지지 않자 결국 계정을 삭제했다. 아직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은 없는 상태다. 샘 오취리는 지난해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V2’에서 “나중에 신문에 나오고 그러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출연진을 향해 “그럴 일 없다”며 “저는 그런 일 나면 바로 가나 간다”고 발언했다. 이 말이 다시금 화제가 되며,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침묵을 지키는 샘 오취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잘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지나친 비난은 주의해야 한다”며 과거 발언까지 소환돼 질타를 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과거에 어떤 말을 했다고 무분별하게 비난을 하는 것보다는 그때 그 발언을 했는데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의도된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된 언행으로만 비판을 해야 하는데 사람 자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샘 오취리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일방적인 비난 보다는 사안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샘 오취리는 MBC 에브리원 ‘대한 외국인’에 고정 출연 중이다. MBC 에브리원 측은 샘 오취리의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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