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 작별' 윤형빈 "고인물은 썩는다..다시 시작할 것"

2년 8개월 만에 '왕비호'와 작별..29일 마지막 녹화
"김태원에게 한 독설 가장 기억에 남아"
"새로운 코너로 다시 찾아뵐 것"
  • 등록 2010-12-29 오후 6:06:37

    수정 2010-12-29 오후 6:06:37

▲ KBS 2TV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의 '왕비호'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왕비호라는 캐릭터가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잖아요. 물꼬를 터서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그맨 윤형빈(30)은 뜻밖에 덤덤했다. 윤형빈은 '왕비호'와의 이별을 오히려 "설렌다"고 했다. 그리고 "엔딩인데 웃음의 강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에서 이젠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29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될 2TV '개그콘서트' 녹화에 앞서 기자와 만난 윤형빈. 그의 표정과 말에서는 왕비호에 대한 미련보다 내일 대한 기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윤형빈은 이날 '개그콘서트' 녹화를 마지막으로 '봉숭아학당' 속 '왕비호' 캐릭터와 이별한다. 지난 2008년 4월 '왕비호'를 시작한 뒤로 2년8개월 만의 작별이다. 윤형빈은 "생각보다 길게 왔다"고 했다.

"'왕비호'의 '봉숭아학당' 하차는 최근에 최종 결정됐어요. 하지만 '왕비호' 시작 후 몇 달 지나서 '금방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소재가 금방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왕비호'는 윤형빈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에게 있어 고마운 캐릭터다. 윤형빈은 "내성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내 안에 숨겨진 자유로운 모습을 표출시켜줬던 고마운 캐릭터"라고 '왕비호'에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부담도 컸다. '봉숭아학당' 코너 엔딩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올라가서 못 웃기면 '왕비호' 진행을 위해 초대된 연예인도 뻘쭘하잖아요. 초대된 연예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안 웃긴다는 인상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컸어요. 다른 코너와 달리 압박이 일주일 내내 있었죠"

하지만 '왕비호'는 윤형빈의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윤형빈은 가장 기억에 남는 '독설'을 쏘아붙인 연예인으로 부활의 김태원을 꼽았다.

'봉숭아학당'에서 윤형빈은 김태원에게 "로커가 외할머니 닮았다"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이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은 '국민 할매' 캐릭터로 재생산됐다. 윤형빈은 "김태원 형님 캐릭터는 내가 만들어 드렸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캐릭터를 잡아드렸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있다"며 웃었다.

반대로 '독설'을 하지 못해 아쉬운 연예인으로는 박진영을 꼽았다.

"박진영 씨는 한 번도 '개그콘서트'에 안나오셨는데 내가 거론한 경우가 몇 번 있었거든요. 그때 반응이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이 분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란 생각을 했죠"

윤형빈의 마지막 '왕비호' 변신은 동료 개그맨들이 먼저 챙겼다. 이날 '왕비호'의 초대 손님으로는 2010 KBS 연예대상에 빛나는 이경규가 특별 출연한다. 이경규가 지난 9월 '남자의 자격' 초심 미션을 진행하기 위해 '개그콘서트'를 찾았을 때 제작진에게 "(윤)형빈이의 마지막 왕비호 녹화 손님으로는 내가 서겠다"고 자청을 해서다.
 
이경규 외에 '남자의 자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개그맨 이윤석도 이날 녹화장을 찾아 윤형빈을 응원할 예정이다.

윤형빈은 이날 녹화를 마친 후 새로운 코너로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코너 이름과 출연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 제작진의 '최종 허가'도 남았다. 하지만 윤형빈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왕비호' 하면서도 새로운 코너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어요. 구상도 많이 했고요. 이제는 그걸 구체화해서 보여 드리는 일만 남았죠. 기대해주세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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