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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친 전인지(28)는 역사를 쓰지 못한 아쉬움보다 팬들이 보기에 즐거운 경기를 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뒀다.
전인지는 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에서 연장 4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에게 우승을 내줬다.
3라운드까지 선두 부하이에 5타 뒤진 2위였던 전인지는 최종 라운드 15번홀(파4)에서 부하이가 트리플보기로 3타를 잃는 사이 공동 선수에 올라섰다. 정규라운드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들은 연장전으로 향했고, 연장전은 현지시간 오후 9시가 넘어 끝날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됐다.
‘백주의 결투’…아쉬운 커리어 그랜드슬램
18번홀에서만 진행된 연장전. 3차 연장까지 파-보기-파로 비긴 이들의 승부는 4번째 연장전에서 갈렸다. 어둠이 내리깔려 여기서 승부를 내지 못하면 1박 2일 연장전 가능성도 있었다.
유리한 상황이었던 부하이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주위 벙커로 들어가 5차 연장전이 성사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 LPGA 투어 벙커 세이브율 1위(68.5%) 부하이는 공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우승을 예감했다. 결국 전인지는 파를 기록하지 못했고 가볍게 파 퍼트를 넣은 부하이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US 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4대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러나 대기록 달성을 불과 한 발자국 남기고 아쉽게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전인지는 “‘골프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스포츠’라는 생각으로 연장전에 임했다”면서 “끝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 하지만 아쉬움은 이 인터뷰장에서 나가는 순간 털어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를 다독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너무 쉽게 하면 조금 그렇지 않겠는가”라며 빙긋 웃은 뒤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다.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굳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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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이는 “캐디가 벙커 샷을 남겼을 때 ‘올해 왜 벙커 세이브율 1위인지 보여달라’고 말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뮤어필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벙커 샷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공을 대표하는 골퍼 어니 엘스는 2002년 뮤어필드에서 열린 디오픈(남자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상적인 벙커 샷을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뮤어필드는 2019년까지 여성 회원을 허용조차 하지 않았던 골프장으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하이는 뮤어필드에서 첫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이 됐다. 그는 “첫 우승을 위해 십수년간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AIG 여자오픈을 끝으로 올 시즌 메이저 대회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이민지(호주)가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인 롤렉스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민지는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이번 대회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하며 5개 메이저 대회에서 톱5에 3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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