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협회장 출마' 이계안 "야구계 위한 원포인트 릴리프 될 것"[인터뷰①]

  • 등록 2016-11-26 오후 12:30:37

    수정 2016-11-26 오후 12:54:01

대한야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전 현대자동차·현대카드 대표이사, 17대 국회의원).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야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계안(64) 2·1연구소 이사장(전 현대자동차·현대카드 대표이사, 전 17대 국회의원)은 자신을 야구의 ‘원포인트 릴리프’로 비유했다. 위기에 놓인 대한야구협회를 구하고 정상화시킬 적임자라는 의미다.

대기업 최고 경영자 출신인 이계안 이사장은 과거 법정관리 상태였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카드를 인수해 정상화시켰던 경험이 있다. 위기에 빠진 조직을 구할 경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계안 이사장은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협회는 원포인트 릴리프가 필요하다. 재정문제, 운영의 공정성, 민주적 의사결정에 잘 훈련된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계안 이사장의 핵심 공약은 ‘아마야구 활성화를 위한 109억원 규모 재단(109 후원클럽) 설립’과 ‘실업리그 창설’이다.

이계안 이사장은 ‘109 후원클럽’에 대해 “ 지금 협회를 살펴보면 1년에 회장 개인 역량으로 10억 원 정도는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10억 원을 조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사람도 또다시 숙제를 안게 된다. 이왕이면 재단을 만들어서 재정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억 원이 많다면 많고, 109억 원이 많다면 많은 돈이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해본 사람은 눈에 보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눈에는 물음표만 보일 것이다. 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분들 많이 있다. 특정한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신뢰를 갖고 믿어주면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업리그 창설’에 대해서도 “실업리그는 아마추어와 프로가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실업팀 4개 창설을 유도하고, 사회인 야구를 1·2·3부 리그로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매년 사회로 나오는 야구 선수는 1000명에 이른다. 그런데 프로에 갈 수 있는 선수는 많아야 100명 남짓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실업리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대한야구협회 회장에 도전장을 던진 이계안 이사장과 일문일답.

-대한야구협회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시점에서 회장직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그룹 시절 여러 회사에서 일했다. 회사가 좋았을 때보다는 주로 어려울 때 경영을 맡았던 것 같다. 야구로 보면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많이 했다. 지금 협회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만약 협회가 관리단체가 아니라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원포인트 릴리프가 필요하다.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협회가 재정적으로 어렵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그런 문제라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재정 문제, 운영의 공정성,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해 잘 훈련된 사람이다.

경쟁하시는 분과 비교해서 야구 자체를 잘 아느냐고 물어보면 터무니없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가 하는 일은 어렵고 복잡하다. 국가 체육정책에 따라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야구와 소프트볼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매니지먼트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본 내가 더 적임자라 생각한다.

‘정치를 한 사람이 왜 하느냐’라고 말도 있는데 협회장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협회를 잘 이끌기 위해 정치력이 필요하다면 경영이나 정치로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잘 알려졌다. 야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야구로 유명한 경동 중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1학년 체육 시간 때 했던 소프트볼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 중학교 1차 입시에서 낙방하고 2차 입시를 통해 학교에 들어갔다. 어깨가 축 처져 있었는데 소프트볼을 하면서 ‘인생은 1스트라이크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배웠다. 한 번 낙방한 것일 뿐 3스트라이크 아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를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대훤 전 삼성 라이온즈 단장이 당시 내 짝이었다. 아버지가 김계원 전 국가대표 야구팀 감독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동대문야구장을 다니면서 야구를 자주 보게 됐고 야구에 대한 재미와 관심이 생겼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팀워크의 예로 야구를 종종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축구는 한 사람이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는 등 여기저기 왔다갔다한다. 하지만 야구는 수비할 때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동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자기 위치에서 5cm 정도 더 책임지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믿고 자기 역할에 100% 충실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마 선언 당시 “야구와 소프트볼을 사랑하는 분야별 인사를 모아 ‘109(백구) 후원클럽’을 결성해 109억 원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설명할 수 있나.

▲사람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의심부터 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나는 말을 뱉은 것은 반드시 추진한다. 기업을 경영할 당시 법정관리 상태였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카드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그룹 안에서도 그 결정을 지지했던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비전을 가지고 끝까지 추진했고 결국 정상화에 성공했다.

지금 협회를 살펴보면 1년에 회장 개인 역량으로 10억 원 정도는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10억 원을 조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사람도 또다시 숙제를 안게 된다. 이왕이면 재단을 만들어서 재정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억 원이 많다면 많고, 109억 원이 많다면 많은 돈이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해본 사람은 눈에 보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눈에는 물음표만 보일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논의해 구장 광고 이익을 분배한다든지, 방송사 중계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늘리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분들 많이 있다. 특정한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신뢰를 갖고 믿어주면 추진할 수 있다.

-출마 선언 토크콘서트에서 실업야구 창설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 플랜을 가지고 있나.

▲실업야구를 왜 해야 하는냐. 중학교에 3000명, 고등학교에 2000명의 야구선수가 있고 매년 사회로 나오는 야구 선수는 1000명에 이른다. 그런데 프로에 갈 수 있는 선수는 많아야 100명 남짓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실업리그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당장 프로야구도 운영하기 어려운데 실업야구를 할 수 있느냐 반문할 것이다. 돈 문제, 시설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 지난 토크콘서트 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밝힌 대로 금융계의 경우 자체적인 리그가 있다. 아이디어를 모으면 충분히 방법을 만들 수 있다. 프로야구 2, 3군과 연계하는 방안이나 축구처럼 실업리그에 승강제 개념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는 또다른 문제다. 경기가 어렵게 되면 경영자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눈에 보이는 이익만 계산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이런 부분을 다른 사람들은 말 못해도 나같은 장사꾼 출신은 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포츠가 지금처럼 파행적으로 움직여선 안된다는 정부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빠른 속도로 아마야구가 시들 것이다. 아마야구가 시들면 프로야구도 덩달아 시들게 된다. 스포츠로서 야구는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씨를 뿌리고 물을 줘야 열매가 생기는거지, 노력을 하나도 안하고 열매만 딸 수는 없다.

프로야구 관계자와 학교·생활체육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 없이 프로가 아마에서 빼먹기만 하고, 부족할때 용병을 사서 메우는 시스템이라면 서커스단이랑 뭐가 틀린가. 이렇게 해서는 야구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실제로 사회인야구의 경우 최상위 클래스는 회사가 직접 팀을 운영하고 선수 출신을 직원으로 스카우트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프라, 특히 운동장이다. 운동장은 개인 기업이 담당하기 쉽지 않다. 운동장 문제는 공적인 부분으로 해결하고, 선수 몸값은 건전한 사회인 야구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실업리그는 충분히 가능하다.

운동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말로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고고야구 주말리그는 어디서 소화하나. 소프트볼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는데 어디서 연습하나.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 스포츠는 김연아, 박태환 같은 한두 명의 스타가 나와서 유지됐다. 하지만 야구는 그렇게 될 수 없다.

프로야구 1년 유료관중이 840만 명이나 된다. 그 사람들의 힘을 응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선 실업인 야구를 지원해야 한다. 1000명 가운데 900명이 낙오자가 되고 100명만 간신히 살아남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인터뷰②편에서 계속

‘야구협회장 출마’ 이계안 “선수만 야구인? 온 국민이 야구인”[인터뷰②]
이계안 2.1 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라디오 카페 ‘온에어’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3인방의 야구 이야기’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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