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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작가열전’에서 누구보다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은 단연 이우정과 박지은이다. 예능으로도, 드라마로도 성공했다. 한 방송사에서 국(局)을 허물었다. 그렇게 판도를 흔든 ‘작가계 어벤져스’로 그들만의 감성을 강화했다.
△이우정의 로그인-로그아웃
나영석 PD의 오랜 동료인 이우정 작가는 올해 나 PD보다 바빴다. CJ E&M tvN 채널에서 쉬지 않고 일한 게 나 PD인데 그와 늘 함께 한 게 이 작가였으니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 신원호 PD와 1년 여에 걸친 기획 끝에 내놓은 ‘응답하라 1988’ 집필 작업도 있다. ‘좌(左) 영석 우(右) 원호’로 일하는 이 작가의 2015년은 눈코 뜰 새가 없다. 마치 로그인, 로그아웃을 하듯 자유자재로 콘텐츠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이 작가는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청춘 in 아이슬란드’로 오랜만에 해외배낭여행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직접 아이슬란드를 가진 않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감성을 살리는 데 있어 이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할배의 여행을 시작으로 여배우, 40대 뮤지션, 20대 절친으로 끝맺었던 지난 ‘꽃보다 청춘’이 큰 사랑을 받은 덕도 이 작가의 탁월한 감성 놀이에서 꼽기도 한다.
나영석 PD는 “이우정 작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잘 통하는 동료”라며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감성이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할배와의 여정에선 부모, 선배, 윗사람에 대한 관점을 정확히 이해했다. 여배우는 여자로서 느끼는 동질감과 연예인과 일반인의 관계라 느낄 수 없는 이질감 사이에서 보통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냈다. 40대 청춘은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20대 청춘은 이미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 어른으로서 접근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와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응답하라 1988’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가 다른 때보다 더 가족의 정, 시대의 향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작가가 고뇌하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며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 신경쓰는 부분은 ‘에피소드’인데 드라마 집필 전에도 동료, 후배들과 함께 그 시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 실화를 더 많이 수집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고 방송이 시작하고 나서도 그런 고민은 계속되는 분위기라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은의 불패신화
예능과 드라마의 국을 허문 또 한 명의 어벤져스 군단은 박지은 작가다. SBS ‘별에서 온 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친 박 작가. 앞선 드라마 집필로도 ‘박지은 파워’를 실감하게 했던 그는 예능국에서 만드는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존재갑(甲)’이 됐다. 지난 여름 방송된 KBS2 ‘프로듀사’다.
예능 작가 출신으로 KBS2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서수민 CP(책임프로듀서)와 재회한 작품이었다. KBS 입장에서도 ‘예라마’라 불린 예능 드라마 콘텐츠는 처음이었다. 가장 유사한 형식으로 비교된 시트콤도 시장이 없어진지 오래라 ‘프로듀사’는 더욱 특별한 콘텐츠로 방송가에서 인식됐다. 게다가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쓴다’는 어마무시한 프리미엄이 붙어 ‘프로듀사’가 완성한 라인업은 캐스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을 필두로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가 주연 4인방으로 호흡을 맞췄다. 나영희와 조현철이라는 ‘명품 조연’에 ‘신디 매니저’로 큰 사랑을 받은 최권의 재조명도 끌어냈다.
‘프로듀사’는 박지은 작가의 경쾌하고 발랄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 회 한 회 애간장을 녹이는 멜로라인부터 듣기만 해도 ‘심쿵’한 한 줄 대사의 힘까지 잃지 않았다.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PD들의 이야기, 연예인과 소속사, 방송사 간 속사정까지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절묘한 에피소드를 버무렸다. 시트콤을 보는 듯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어지는 쉽고 간결한 이야기에 사랑, 의리, 진심 등 진한 감성을 건드리는 메시지도 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프로듀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 예능국의 이야기를 삶의 축소판처럼 만든 박지은 작가의 탁월한 대본 덕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 끌어낼 수 있었다”며 “그가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사건과 감정에 어린 시청자부터 지긋한 장년층까지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다양했다”면서 “‘프로듀사’로 ‘박지은 불패신화’가 이어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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