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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해온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르물의 대가’다.
무엇보다 ‘킹덤’ 시리즈를 통해 서양의 정서와는 다른 조선판 좀비를 탄생시키며, 전세계에 한국형 좀비물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은희 작가가 이번엔 민속학을 접목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가지고 돌아왔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르와 소재로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필력을 가진 김은희 작가가 오는 23일 ‘악귀’의 첫 방송을 앞두고, 지난 2년간 작품에 쏟았던 열정의 시간과 더불어 ‘악귀’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전해왔다.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로 오는 6월 23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는 어떤 드라마인가?
△악귀에 씐 가난한 청춘 산영이 악귀를 볼 줄 아는 민속학자 해상과 악귀가 누군지 찾아나가는 얘기다.
- ‘악귀’는 김은희 작가가 선보이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 홀리듯 봤던 전설의 고향의 영향이 있어서일까. 엄청 무서워하면서도 공포물을 좋아해왔던 터라 막연하게 한 번쯤 오컬트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킹덤’ 기획안을 쓸 때 ‘악귀’도 함께 기획했다. ‘킹덤’ 대본을 쓰면서 ‘악귀’에도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느낌들이 녹아들었던 것 같다.
△‘악귀’의 귀신들이 지옥문을 연다든가 하는 그런 거대한 악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믿어왔던 민간신앙 속의 귀신, 생활 속에 녹아있던 금기 같은 한번쯤 들어왔을 법한 얘기들을 녹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국립민속박물관을 떠올리고 가봤는데, 하필 그 날이 비가 오는 평일이었다. 안 그래도 스산한데 어느새 주변에 나 밖에 없었다. 혼자서 돌아보는데 평소 익숙했던 교복, 성냥, 상여 같은 물건들도 낯설고 무서워 보이더라. 이런 느낌을 드라마에 녹여보면 좋을 것 같았다.
- 작품에 민속학을 녹이기 위해 사전 리서치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작품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2021년 여름, ‘악귀’를 쓰기 시작하면서 민속학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과장님을 비롯해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님들도 찾아 뵙고 어떻게 이 학문을 시작하셨는지 인터뷰를 하면서 민속학은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걸 배웠다. 대본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자문을 구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충남 홍성 해변가의 당제에 참여했을 때다. 그때 경험으로 4,5부를 쓸 수 있었다.
- ‘악귀’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
△오컬트 장르 같은 경우는 호불호가 분명해서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드라마에 귀신이 등장하긴 하지만 무서운 이야기에 인물들의 서사가 매몰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 ‘악귀’는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태리의 만남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접하셨을 때 소감이 어땠나?
- 배우 오정세와 홍경의 캐스팅이 결정되었을 때의 소감도 궁금하다.
△오정세 배우가 캐스팅되고 난 뒤에 대본을 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대본 얘기를 하는데 진지한 얼굴로 계속 탐구하는 모습이 딱 ‘염해상 교수’ 같았다. 그래서 말투나 표정을 따온 부분도 있다. 산영과는 또 다른 청춘으로 ‘홍새’를 생각했었는데, 홍경 배우의 소년같이 맑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조곤조곤한 말투로 본인이 이해가 갈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더라. 그런 성격이 홍새처럼 경찰대 수석이 될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부분이 매우 좋았다.
- 평범한 공시생이었던 산영이 악귀에 잠식되면서, 그녀의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산영에게 악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산영과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악귀가 씌인다면, 그 사람은 산영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더 간절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산영에게 어떤 삶이 가장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악귀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산영이 악귀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녀 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 그렇다면 김은희 작가에게 ‘악귀’는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악귀는 내 마음을 흔들고, 유혹하는 ‘나쁜 생각’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악귀보다 더 악한 사람을 악귀로 표현하고 싶었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악귀’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제목부터 무서운 드라마라고 생각하실 거다. 무서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산영, 해상, 홍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얘기가 더 주가 되는 드라마다. 무서울 때는 잠시 눈을 감으시면 된다.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함께 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