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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나인’의 미덕 중 하나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다. ‘민폐’는커녕 각기 다른 개성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끌고 간다. 그중 전용기 추락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라봉희(백진희 분)는 이야기의 중심축에 해당한다.
라봉희는 취업 시장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시고 레전드 엔터테인먼트에 코디로 취직한 인물이다. 첫 출근일 생애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는데, 그 길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다. 육지에선 제멋대로인 서준오(정경호 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던 코디였지만, 무인도에선 없어선 안될 “쓸모 있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서준오는 사실상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큰 소리만 친다. 그의 행동이 얄밉지 않을 뿐 라봉희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식량을 축내고 생존을 포기했을지 모른다. 라봉희는 서준오의 인간미를 조금씩 발견하면서 과거 사건으로 죄인이 된 그를 위로하기도 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무인도 생활이지만 ‘오가는 핑크 점퍼’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선 애틋한 감정도 싹튼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라봉희의 조작된 기억일 수도 있다. ‘미씽나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라봉희의 기억이 사건의 실마리라는 점이다. 라봉희가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백진희는 이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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