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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자리에선 한국 야구의 ‘현재’인 올스타 선수들의 플레이가 펼쳐졌다.
물론 그들의 야구도 매우 흥미 진진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잇달아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이날의 진짜 주인인 KIA의 4번 타자 나지완도 뒤지지 않겠다는 듯 큼지막한 한 방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올스타전엔 한참 동안 박찬호의 긴 그림자 아래 드리워진 듯 느껴졌다. 과거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현재의 힘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오락가락 하루종일 야구인들과 팬의 애간장을 녹인 비 탓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5회가 끝난 뒤, 한국 야구는 하나의 미래 앞에 다시 환하게 빛날 수 있었다. 박찬호의 마지막 보다 더 아름답고 강렬했던 꿈이 올스타들의 무대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올스타 테마에 맞춰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야구 관련 소원이 있는 어린이를 소개해달라고 해서 만나게 된 아이다.
그 꿈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야구계가 나섰다.
박병호의 손을 꼭 쥐고 1루까지 뛰어나갈 때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엔 그 어떤 홈런 보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을 넘겨 받아 베이스를 늦게 찍으며 안타를 완성시켜 준 1루수 호르헤 칸투의 배려도 빛이 났다.
주상 군은 그렇게 야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은 뒤, TV에서만 보던 대 스타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살면서 몇 명 누려보지 못할 호사였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야구선수가 되어 고스란히 돌려 줄 사랑의 시작이었다.
2014년 7월18일 빛고을 광주는 그렇게 한국 야구의 미래를 통해 빗속을 뚫고 환하게 빛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