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 (사진=MB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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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십수년간 늘 찾던 단골집 육수 맛이 어느날 변했다. ‘무한도전’이 종영하기 전 1년여간 시청자들이 느낀 실망감이다.
정형돈이란 소금과 노홍철이란 후추가 사라졌으니 예전과 같은 맛을 내긴 어려운 일이다. 단골 손님들이 차차 이탈하고 김태호 사장님은 ‘다른 가게를 차리겠다’는 말과 함께 가게 문을 닫아버렸다.
1일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울 모처에서 1년만에 모였다. ‘묘한’ 자리다. 종영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유재석·박명수·정준하·하하·조세호·양세형·황광희가 함께했다. SNS 라이브방송이 켜지자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기사가 보도됐다.
댓글 내용은 노홍철·정형돈에 대한 그리움 일색이다. 노홍철·정형돈이 있던 ‘무한도전’이 우리가 기억하는 진짜 ‘무한도전’ 이기에, 시즌2로 돌아온다면 그 두 사람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세형과 조세호가 보여준 열정과 수고를 알면서도 ‘무한도전’ 속 노홍철과 정형돈의 존재를 잊긴 힘든 모양새다. 이는 노홍철과 정형돈 없이 종영전 유재석·박명수·정준하·하하·양세형·조세호에 최근 전역한 황광희까지의 7인 멤버구성으로 ‘시즌2’가 돌아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
| 노홍철 (사진=MB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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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를 저지른 노홍철은 이후 5년여간 수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공개석상이나 인터뷰, 타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SNS와 심지어 잠시 등장한 1일 라이브 방송에서도 ‘죄송하다’며 엎드려 절했다. 정형돈은 ‘무도’를 떠나 복귀한 후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무도’ 멤버들과 함께 MC를 본 바 없다. 이는 안방과 같았던 ‘무한도전’과 가족같았던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방문을 열고 나와버린 두 사람은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기를 주저한다.
김태호PD는 노홍철이 간절했다. 그가 나가자, 하하는 생기를 잃었다. 박명수는 지쳐보였고, 정준하는 마음이 딴데 간듯 보였다. 유재석도 ‘하모니’를 만드는데 버거워보였다. 김태호PD는 앞서 “연출자의 입장에서 노홍철은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도 노홍철의 빈자리를 메우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호PD는 노홍철이 떠난 후, 그가 운영하던 ‘철든책방’을 이따금씩 찾아 노홍철의 의사를 살피곤 했다.
| 정형돈 (사진=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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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에 이어 1년 후 정형돈 마저 떠나자 ‘무한도전’에 다시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뭇가지 하나만 던져줘도 재미를 만들어내던 믿음직스런 케미, 톱니바퀴처럼 단단하게 캐릭터의 상관관계를 유지하다가 무려 2 사람이 빠졌을때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정형돈은 ‘무한도전’에서 가장 재밌었다. 수많은 웃음이 정형돈을 찍어먹어야 맛이 났다. 정형돈이 남긴 허전함에 김태호PD는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다. 게스트가 늘었고, ‘임시 멤버’로 여러 사람이 투입됐지만 누구도 ‘옛 사랑’ 정형돈 같지는 않았다. 대중의 마음도 같았다.
2016년 방송된 ‘무한상사’에서 정형돈은 단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정형돈의 하차를 수차례 만류하고 애타게 그를 원하던 김태호PD는 겨우 다시 만난 그를 10초 남짓 출연시키는데 그쳤다.
| ‘무한도전’ (사진=MB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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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한 김태호 사장님. ‘주방장’ 인 유재석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맛’을 담당하던 그는 누구보다 각 재료의 역할과 조화에 대해 잘 알았기에 ‘국민MC’가 됐다. ‘리모콘’을 쥔 그는 능수능란하게 나머지 멤버들을 조율하며 방송 외적인 리더십까지 발휘했다. 그런 그는 왜 두 동생이 절실히 필요한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다시 데려오지 못할까.
‘국민MC’는 조금 더 의무감과 사명감을 가져도 좋다. 단골손님은 국민이다. 토요일만큼은 마음 편하게 부담없이 웃고 싶은데 사회는 각박하고 미세먼지에 숨이 막히며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웃을 일이 없다.연예인·비연예인의 일상이나 여행, 요리를 ‘관찰’ 하는데에 지친 그 손님들은 정겨운 옛맛이 그립다. 이제 ‘1박2일’도 사라졌다.
가장 찬란했던 ‘무한도전’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가는데 확실한 약속없는 유재석. 그들이 기억하는 맛을 누구보다 잘 요리하던 사람이라면 실망감과 자존심을 뒤로하고 두 동생을 향해 ‘삼고초려’의 정성도 보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