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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 한국은 초반부터 터진 중심타선의 맹활약으로 어느 정도 우승을 확신했다. 그리고 마운드는 선발 김광현부터 차례대로 필승조가 투입됐다. 임창민과 차우찬이 6회부터 8회 1아웃까지 맡았다.
그리고 그 다음 투수는 정대현이었다. 그의 등판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고 했던 정대현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언제 입어도 영광스러운 대표팀 유니폼이지만 정대현은 이번 대표 명단에 뽑힐 때부터 결심한 것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할 때가 왔다”는 것이었다. 많은 언더핸드 후배들이 국제 대회를 일찌감치 경험하고 한 경기라도 더 느끼는 것이 야구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대현 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현은 이번 대회에 임하면서도 자신이 후배의 한 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느낌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정대현의 맘 속에서 이번 대표팀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대회였다. 결승 미국전은 그래서 더 애틋한 경기로 남았다.
마운드 흙을 한참 고른 뒤, 정대현은 양의지를 향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정대현의 표정은 읽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여전한 포커페이스였다.
첫 타자는 2번 타자 소토.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유리한 고지에 선 정대현은 7구만에 소토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좌타자 프레이저에겐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으나 4번 타자 맥 브라이드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2루수 정근우가 몸을 날려 타구를 처리했다. 정대현은 정근우, 이용규, 김현수 등 후배들의 하이파이브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투구수는 딱 20개.
올해 나이 서른 여덟, 국가대표 경력 16년째. 그의 대표팀 경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로 시작해 2015년 프리미어12 금메달로 끝났다. 프리미어12는 그에게 9번째 국제대회이자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대회였다.
정대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하나였다. ‘T H CHONG’이라는 이름과 함께 38번 등번호가 적힌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은 정대현의 마지막 국가대표 모습은 두고 두고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장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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