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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파71·651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최운정은 장하나(23·비씨카드)와 동률을 이뤄 서든데스 승부를 벌였고,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내 보기에 그친 장하나를 따돌리고 LPGA 투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9년 데뷔 후 157개 대회만에 감격의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최운정은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고, 2008년 2부 투어를 거쳐 2009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어렵게 진출한 LPGA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데뷔 이후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탈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루키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 20위에 불과했다.
준비는 끝났다. 곧 찾아올 잔치를 기다렸다. 올 시즌 18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 축포를 쐈다.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11승)의 주인공도 최운정의 몫이 됐다.
우승 일등 공신은 아버지다. 최운정의 골프백을 멋들어지게 메고 따라다니는 캐디가 바로 아버지 최지연(56)씨다.
경찰관이었던 최씨는 2007년 최운정이 LPGA 2부 투어에 진출하면서 경찰을 그만두고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딸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리고 8년째 딸의 골프백을 메고 있다. “딸이 우승하는 날이 캐디를 그만두는 날”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딸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한때 전문 캐디에게 골프백을 넘겼지만 최운정의 부탁으로 다시 필드에 돌아왔다.
최운정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나기 전 “빨리 우승해 아빠를 쉬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드디어 이뤄졌다. 아버지는 아쉽지만 홀가분하게 골프백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최운정은 “첫 우승이 어려웠지만 이것을 발판으로 2승, 3승째는 금방 이뤄내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 써내려갈 새로운 골프역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