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선수 최다승 ‘금자탑’ 신지애…“‘또 우승하자’ 불 지핀 62승”(인터뷰)

12일 호주투어 빅토리아오픈에서 역전 우승
미국 11승·일본 26승·한국 20승 등 프로 통산 62승
우승 다음날에도 연습장과 트레이닝 센터 출근
호주 멜버른에서 전지훈련
“해가 저녁 9시에 져 원없이 훈련할 수 있어 좋다”
“작년에 수술받은 양 팔꿈치 관리 잘해 부상 없는 한해 보내는 것 목표”
  • 등록 2023-02-16 오후 5:30:47

    수정 2023-02-16 오후 5:30:47

빅토리아 오픈 우승한 신지애(사진=빅토리아 오픈 공식 홈페이지)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63승을 위한 62승이었죠.”라고 말하는 ‘골프 지존’ 신지애(35)의 말투는 담담하지만 자신 있었다.

신지애(35)는 지난 12일 호주 빅토리아주의 서틴스 비치골프 링크스에서 끝난 호주여자프로골프(WPGA) 투어 빅토리아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프로 통산 62승째를 따냈다. 신지애가 계속해 수집하는 우승 트로피들이 더욱더 의미 있는 이유는 한국 여자 선수 중 가장 많은 우승 횟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1승(이하 타 투어 중복 승수 제외),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2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6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승을 기록했다. 이외 레이디스 아시안투어와 대만에서도 1승씩 추가해 62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13일 전화 연결이 닿은 신지애는 우승 다음 날인데도 호주의 트레이닝 센터에 나가 운동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2006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프로 선수 생활만 올해로 18년째인 그에게 골프는 여전히 열정에 동력을 가하는 ‘부스터’다. 신지애는 “다행히 골프 안에서 나아지고 싶은 욕심이 많다. 연습하는 것도, 훈련하는 것도 아직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도 전날 우승을 했지만, 실수들이 나왔으니 이를 분석하고 보완하려고 연습장에 나갔다고 한다. 호주 멜버른으로 전지훈련 장소를 잡은 이유도 해가 오후 9시에 져 원 없이 연습할 수 있어서다.

신지애(왼쪽)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자 캐시 포터(가운데) 등 동반 플레이어들이 축하하고 있다.(사진=WPGA 투어 공식 SNS)
프로 생활 18년째…여전히 나·자연과의 싸움이 좋아

호주에서 약 한 달 동안 머물며 전지훈련을 하던 신지애는 훈련을 마무리할 겸 실전 감각을 확인하고 싶어 나간 빅토리아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운 아닌 노력으로 만들어낸 우승이어서 아주 기뻤고, 지난해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올 시즌 시작부터 우승 흐름을 만들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돌아봤다.

대회 마지막 날은 시속 35km의 강풍이 몰아쳤고, 돌풍이 불 때는 시속 50km까지 강해져 경기하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선두였던 신예 캐시 포터(호주)는 이런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7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애는 노련미를 앞세워 5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진행한 체력 훈련과 근육의 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강풍 속에서도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이런 신지애에게도 ‘번아웃’의 시기가 있었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때였다. 세계 랭킹 1위까지도 올랐던 신지애였지만, 긴 이동 거리로 인한 잦은 부상, 골프에 대한 욕심 때문에 몸과 마음은 힘들었고 이를 이겨낼 준비도 되지 않았다. 그는 더 오래 즐겁게 골프하기 위해 LPGA 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골프 열정이 다시 생겨났다. 신지애는 골프의 매력을 ‘자신과의 싸움,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빅토리아 오픈에서 강한 바람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른 것처럼, 자연 속에서 경기하며 자연을 느끼는 여유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임희정(왼쪽)과 함께 사진 찍은 신지애.(사진=임희정 인스타그램)
후배·골프계 위한 다리 역할하고파

신지애는 “저는 후배들이 저한테 무언가를 물어보는 그 자체가 너무 예뻐 보인다. 그래서 후배들을 바라보는 입장이 경쟁자가 아니라 바깥에서 조언하는 위치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며 은퇴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도 에둘러 표현했다. 최나연, 김하늘 등 동갑내기 친구들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을 정도로 이제는 신지애도 고참 중 고참에 속하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저도 서서히 은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당장은 올해 어떤 시즌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생각에 머릿속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신지애는 조만간 호주에서 훈련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JLPGA 투어에 돌입한다. 그는 “우승한 것도 기분 좋지만,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작년에 저를 괴롭히던 양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플레이에 기복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 훈련으로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금의 열정을 잃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이며, 그렇게 꾸준한 플레이를 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신지애는 한국 팬들도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한국 후배들과 함께 경기해서 너무 즐거웠다. 한국 팬들도 너무 뵙고 싶어서 좋은 기회가 되면 올해 한국에서도 경기하고 싶다.”
신지애(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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