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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 초대받은 조민규(34)가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를 처음 경험한 뒤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14일(한국시간)부터 막을 올리는 제150회 디오픈(총상금 1400만달러)은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올드코스는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와 항아리 벙커 등 까다로운 코스로도 유명하다.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잉글랜드 런던을 거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한 조민규는 다음날 새벽 1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조민규는 지난 6월 열린 디오픈 퀄리파잉 시리즈를 겸한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준우승해 디오픈 출전 기회를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국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갑자기 찾아온 출전 기회여서 준비할 것도 많았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로서 늘 해온 일이라서 걱정할 게 없었으나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아 항공과 숙소를 구하는 건 신경 쓰였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닫혔던 하늘길이 조금씩 열린 뒤 항공 대란이 일어 일정에 따라 영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새벽에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한 조민규는 쉴 틈도 없이 몇 시간 뒤 올드코스로 나와 후배 임성재(24), 김민규(21)와 함께 곧바로 코스 답사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친형 조재익 씨가 골프백을 메기로 해 함께 올드코스를 누빌 예정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생각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어떤 곳일지 기대가 컸는데 막상 오전에 코스로 나와 9홀 연습라운드를 끝낸 뒤에도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며 “사실 워낙 오래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런지 머리가 멍했고 몸도 피곤한 상태여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마주한 첫인상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튿날이 되면서 골프의 성지로 온 걸 조금씩 실감했다. 그리고 올드코스의 매력을 알아가게 됐다.
그는 “TV로만 보던 선수들 사이에서 함께 연습하다 보니 ‘내가 디오픈에 오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둘째 날 18홀 연습라운드를 하면서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상징인 18번홀 스월킨 다리에서 형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조금씩 설레는 마음도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동을 오래 가지고 갈 순 없었다. 중요한 건 대회였기 때문이다.
16세기부터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페어웨이는 국내 골프장의 잔디와는 품종이 다르다. 특히 ‘신비로운 단단함’으로 불리는 페어웨이 상태는 올드코스의 또 다른 상징이다. 여기에 페스큐(한지형 잔디의 일종)로 조성된 페어웨이는 그린과 경계가 모호해 독창적인 플레이를 요구하게 만든다. 경기 중 30m 밖의 페어웨이에서 퍼트로 그린에 향해 공을 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조민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잔디여서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으나 막상 연습해보니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빨리 적응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규는 13일에도 코스로 나와 다시 클럽을 휘둘렀다.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각오는 더욱 비장해졌다.
그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참가하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라며 “연습일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몰려와 경기를 지켜보고 코스에 세워진 웅장한 규모의 관중석에도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디오픈을 먼저 경험한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코스 공략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경기력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모든 게 다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기죽지 않고 나를 믿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역사적인 제150회 디오픈의 개막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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