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의 같은 인터뷰, 다른 기억..애매한 논란을 위한 위로

  • 등록 2015-08-12 오전 10:26:16

    수정 2015-08-12 오전 10:26:16

박형식.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내가 중요한 일은 남도 중요하다. 내가 아픈 일은 남도 아프기 마련이다. 알지만 모르는 진리다. 세상 모든 사람이 역지사지를 이해하면서도, 실천하긴 힘들지 않나. 개인이 놓인 현실이 공동체를 위한 희생까지 요구하기엔 너무 빠듯한 것도 사실이다. 함께 하는 모든 일에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어디에서나 나오는 이유다.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을 둘러싼 잡음도 이러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박형식은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첫째 주 5일 동안 SBS 드라마 ‘상류사회’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60개 내외의 매체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루 평균 12개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촬영까지 포함해 약 1시간. 하루 12시간을 기자들과 만나 얘기했다.

60여개 매체 중 일부 매체는 박형식과의 인터뷰가 불쾌했던 모양이다. 기자를 비롯해 이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10여개 매체의 기자들은 다른 의견이었다. “나는 괜찮았는데 왜 그래?”라고 의아하게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내가 아무리 좋았어도, 상대가 싫으면 그만이다. 박형식의 ‘상류사회’ 인터뷰 태도 논란을 두고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기 힘든 배경이다. 논란은 그래서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한 가지 아쉬운 문제를 집자면 앞서 언급한 배려의 미덕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일일이 인터뷰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면 그 사이 밀려든 광고 촬영과 화보 촬영 등 다른 일정이 많아 인터뷰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의 경우엔 “드라마가 별로 반응이 없어서 나서기가 민망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생략하곤 한다. 이런 씁쓸한 상황을 기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로 사랑 받은 배우가 종영 후 인터뷰를 하겠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갑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박형식은 그런 배우 중 한명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매체와 인터뷰가 성사되지도 않았을 터다.

박형식도 할 일이 많았다. 실제로 인터뷰 중 화보 촬영을 병행했고,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도 임했다. 5일 기자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형식은 예상대로 지쳐보였다. 소속사에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무리하게 너무 많이 잡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니 “본인의 의지가 커서 어쩔 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작품으로 사랑 받은 감사함을 일일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게 분명했다. 박형식은 사진 촬영에 앞서 “좀 웃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니 민망한 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본인도 본인이 무표정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눈치였다. 마음과 달리 박형식의 몸은 스케줄에 지쳐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만약 인터뷰에 응하는 박형식의 태도가 불성실해보였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화장실 가고 싶다”는 답이 돌아와 기분이 나빴다면 직접 물어보는 편이 좋았을 듯하다. “그렇게 피곤한데 왜 인터뷰를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면 아마 박형식은 당황했을 것이다. 본인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오해를 만든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을 것이다. 실제로 박형식은 기자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자신이 한 말이 의도와 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니 그러니까 그 뜻이 아니고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해 “꼭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킬 정도였다.

박형식은 “도대체 얼마나 인터뷰를 많이 하는 거예요”라고 묻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뭐가 그렇지 않아요 하루에 10시간을 인터뷰하는데”라고 반문하니 “제가 하고 싶어서 회사에 말씀드린 건데 종영 후 조금도 못 쉬고 하는 거라 체력적으로 힘이 들긴해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마치 회사에서 준비해준 대답 같은 형식적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해요”라며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내가 안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박형식의 인터뷰가 그 생각대로 되진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흔하지 않은 질문을 준비한 기자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박형식은 오히려 형식적으로 오가는 질문과 대답의 인터뷰가 아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편해보였다. 데뷔 5년차인 요즘 방황하게 되는 이유나 연기에 대한 고민, 20대 중반 흔한 남자로서의 생각,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인터뷰가 이어지기에 분명 “짧게 끝낼테니 꼭 점심 챙겨먹으라”고 했던 기자의 약속은 깨졌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바로 전 타임에 진행된 인터뷰가 왜 1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됐다.

인터뷰 요청이 와서 인터뷰를 간 것인데, 왜 내가 배우의 컨디션까지 배려하며 인터뷰를 해야 하느냐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다. 다른 배우들은 같은 경우에도 박형식 같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더욱 할 말은 없다. 박형식은 기자를 배려하지 않는데, 기자는 왜 박형식을 배려해야 하냐는 논리를 세우면 이 또한 반박할 뾰족한 수는 없다. 그저 박형식의 진심이 왜곡되는 논란이 아쉬워 기자 역시 그에 대한 이견을 내놓고 싶었다. 굳이 논란을 공론화한 ‘박형식 흠집내기’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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