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 우정에 대한 로망 그리고 향수

  • 등록 2014-07-03 오후 3:52:57

    수정 2014-07-03 오후 3:52:57

‘좋은친구들’ 스틸컷.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행복하고 설레고 벅차고 슬프고 아프고 불쌍하고 안타까운. ‘감정’으로 엮자면 이런 사랑이 떠오른다. ‘방법론’으로 따져보면 또 다르다. 혼자하는, 같이하는, OO이 더 좋아하는, 밀고 당기는, 집착하는 등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생각할 수 있다. 요즘은 ‘썸’도 사랑의 범주에 속한다니 사람간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섬세하게 얽히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흔히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서로 바라는 것이 없다. 기대가 없다는 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고, 받고의 크기를 따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보다 더, 상대가 중요하고 소중한 관계일 때 무조건적인 사랑이 성립되는 듯하다. 만약 ‘우정’이란 말이 ‘사랑’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 감정이 바로 무조건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 친구를 더 생각하는 끔찍한 우정을 보여준 영화 ‘좋은 친구들’을 보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주지훈, 지성, 이광수 스틸.
◇우리는 안다, 평범함을 채우는 친구의 가치를

‘좋은 친구들’은 배우 지성과 주지훈, 이광수가 주연한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세 사람은 좋은 친구들로 나온다. 그냥 보기엔 특별한 부분이 없어 보이는 이 평범한 영화는, 그래서 더 비범한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좋다’라는 극히 평범한 수식어는 ‘참~ 끈끈한 남자들의 이야기인데, 뭐라 말할 방법이 없네’라는 깊은 고민 끝에 탄생한 최고의 표현이다.

우리는 잘 모른다. 평범함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세상에 가장 좋을 날도, 가장 나쁠 날도 존재하지만 인생은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 시간이 주는 여운이 길지 않고 감흥도 떨어지는 터라 모를 뿐, 우린 매일 별 일 없이 산다.

지성 스틸컷.
그 평범함의 가치를 일깨우는 소중한 계기 중 하나가 친구다. 성인이 된 후 대학교로, 사회로 얽힌 관계를 벗어난 친구 관계는 나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창피한 순간을 공유했고, 바닥을 긴 성적부터 침대 위 성적 취향까지 꿰뚫고 있는 존재도 친구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편하고,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해도 재미있는 관계가 ‘좋은 친구’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 모범생 현태(지성 분), 매력적인 악동 인철(주지훈 분), 미련한 친구 바라기 민수(이광수 분). 욕이 대화의 반이고 얼핏보면 친구간 서열도 있는 듯하지만, 이 또한 그들이 평범한 일상을 채워온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이 영화 밖의 우리들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조금의 상처에도 크게 아파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소한 오해와 자존심 때문에 멀어진 옛 친구들을 떠올리게 까지 한다. ‘좋은 친구들’은 누구에게든 ‘거울’같은 존재가 될 영화다.

지성과 주지훈.
◇영화는 변주된다, 연륜의 깊이에 맞춰

우정을 중심소재로 한 작품 중에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가 있다. ‘좋은 친구들’의 인태와 현철, 민수가 대화의 절반을 욕으로 채웠다면 이들 뉴요커 4인방은 대화의 대부분이 ‘섹스’로 채워졌었다. 시즌을 거듭할 수록 이 드라마는 네 사람의 삶의 깊이에 주목했다.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면서도 그 ‘다름’을 공유하는 끈끈한 관계에 전 세계 다양한 연령대의 대중이 매력을 느꼈다.

주지훈과 이광수 지성 스틸컷.
‘좋은 친구들’은 ‘섹스 앤 더 시티’의 6개 시즌을 하나로 압축한 ‘액기스’다. 매회 거듭됐던 드라마 속 성관계가 영화 속에선 장희진이 주지훈에게 건네는 “한번 할래?”의 짧은 대사로 치환된 것이 아쉽지만 영화는 오히려 곁가지에 화면을 내주지 않아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

‘좋은 친구들’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나이에 따라, 연륜의 깊이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누구에게나 공감 포인트를 준다는 것이고, 누구에게든 소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녹아들었다는 말이다. 주인공 현태를 연기한 지성이 ‘좋은 친구들’을 두고 10년, 20년 뒤 봤을 때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오래갈 영화라고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친구들.
‘좋은 친구들’은 우정에 대한 로망이 된다. ‘나도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고, ‘우리도 커서 저런 관계로 남자’는 약속의 계기가 될 수 있다. 20대에겐 내 코가 석자인 팍팍한 일상에 파묻혀 잊고 지낸 어린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게 할 시간이 될 터고 30대엔 일과 가정의 힘든 기로에서 버팀목이 되주고 있는 친구의 가치를 일깨워줄 선물이 될 터다. 10대 시절의 흑백 사진 한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좋은 친구들’은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40대 이상의 관객에겐 향수를 자극할 한 권의 앨범처럼 다가올 것이다.

‘좋은친구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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