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김기동의 솔직한 마음, “전북 연장 가서 지고 왔으면 좋겠다”

  • 등록 2023-05-24 오후 9:34:08

    수정 2023-05-24 오후 9:34:08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탄천=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다음 상대 전북현대의 고전을 바랐다.

포항은 24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2골을 넣은 이호재의 활약을 앞세워 성남FC를 3-0으로 완파했다. 8강에 오른 포항은 강원FC와 4강행을 두고 격돌한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상대는 홈에서 더 열심히 하고 우리는 나태한 모습이 나타나는 이런 경기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오늘은 실점하지 않고 다득점으로 이겨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당한 로테이션과 함께 다음 경기까지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이호재였다. 아버지 이기형 감독의 팀 성남을 상대로 두 골을 넣으며 완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이호재에 대해 “올해 체중을 줄이며 상당히 몸이 가벼워졌다”며 “처음엔 출전 시간을 적게 줬지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점점 많은 시간을 주고 있다. 제카가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포항은 다음 리그 경기에서 전북을 만난다. 포항의 창단 50주년 경기로 치러지는 라운드다. 포항이 정규시간 내 승부를 냈지만 전북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전북이 연장까지 가서 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코치진과 했다”고 웃은 뒤 “10분 정도 남았을 때 전북 상황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한 마음으로 전북이 안 좋은 분위기로 왔으면 좋겠다”며 “우린 좋은 분위기로 경기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포항 김기동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총평해달라.

- 이런 경기가 항상 힘들었다. 상대는 홈에서 더 열심히 하고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 우린 나태한 모습으로 어렵게 했다. 오늘은 실점하지 않고 다득점으로 이겨서 기쁘다. 적당히 로테이션하면서 다음 경기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승리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뜻깊다.

△이호재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

-경기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올해 체중을 줄이며 상당히 몸이 가벼워졌다.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인데 한 골은 넣을 줄 알았다. 비록 한 골이 오프사이드로 날아갔지만,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출전 시간을 적게 줬지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점점 많은 시간을 주고 있다. 제카가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들 김준호의 경기력은 어땠나.

-아직 어린 선수고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성장이 필요하다. 다 마음에 들진 않고 부족한 게 많다. 오늘은 조금 미흡했다.

△상대 팀에 속한 아들의 골을 보는 아버지 입장은 어땠을 것 같나.

-상대 팀에 골을 준 건 아쉽지만 그나마 내 아들이 골을 넣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이호재를 볼모로 삼고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경기 전에도 이기형 감독과 농담했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더라. 잘 부탁한다고만 하더라. 사실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다. 전술이나 팀에 대해서도 소통한다. 볼모가 아니라 성장시켜야 하는 선수다.

△축구인 2세가 뛰는 상황이 많아질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만 축구인 아들이 3명 뛰었다. 2002년 월드컵 세대인 거 같다. 태교부터 아버지를 봐왔다. 사실 아들은 축구 안 시키고 싶었는데 보는 게 축구였고 함께 노는 게 축구공이었다. 준호도 중간에 축구를 그만두기도 했었지만 보고 자란 게 축구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인 아들들이 좋은 모습 보여준다면 다른 축구인 자녀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염기훈 아들도 축구한다는데 자식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버지 입장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가.

-불편하다. 초중고를 다닐 때 후배들이 감독이었다. 선배 지도자에게는 편하게 ‘신경 좀 써달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배에게는 말하기 불편하다. 아주 불편했다. 지도자에게 ‘아들 신경 써달라’는 말을 한마디도 못 했다.

△다음 상대인 전북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경기 전 연장까지 가서 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코치진과 했다. 상반된 분위기로 만날 수 있다. 오늘 처음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앉은 거 같다.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10분 정도 남았을 때 전북 상황을 물어봤다. 솔직한 마음으로 안 좋은 분위기로 왔으면 좋겠다. 우린 좋은 분위기로 경기 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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