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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3일 대구 라이온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최종전에서 자신의 은퇴 경기를 치른다.
이승엽은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사실 기분이 별로였다. 마지막이다 보니 심장이 하나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며 “야구는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줬다. 어제까진 안 그랬는데 오늘은 많이 아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야구는 내 인생이고 보물이다. 야구를 제외하고 내 이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야구를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다”며 “죽을 때까지 야구를 위해 살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하도록 길을 찾겠다. 야구는 정말 내 사랑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승엽의 은퇴경기 기자회견 일문일답.
-오늘 은퇴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가.
▲사실 기분이 별로였다. 마지막이다 보니 심장이 하나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야구는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줬다. 다시는 안 할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쉬웠다. 어제까지는 많이 못 느꼈는데 오늘 아침 뒤숭숭하고 기분이 씁쓸했다.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얘기를 나눈 것이 있다면.
▲오늘은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 어제는 아내가 서운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서운하다고 했다. 당연한 마음인 것 같다
-오늘 은퇴경기에서 목표가 있다면.
▲어제까지는 안타나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그냥 부상 없이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팬들 가슴속에 이승엽이라는 선수 있었다는 것을 전해주면 만족할 것 같다.
-오늘 전성기 시절 맡았던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원래 (구)자욱이가 3번인데 오늘 5번으로 출전한다. 나를 위해 오늘 하루 바꿔준 것이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았을 때가 3번타자 1루수를 쳤을 때다.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은퇴식을 치를 때 눈물이 날 것 같은가.
▲사실 은퇴 세리머니할 때도 가슴 찡한 적 있었는데 잘 참았다. 울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 상황이 와 봐야 알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은퇴식 때 팬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했다. 일본 야구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일본에서 8년간 생활했다. 열성적인 팬들을 많이 봤다. 2군에 떨어졌을 때도 원정까지 찾아와 응원을 해준 분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기회가 있어 감사드린다. 팬들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온 힘을 들였다.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본에서의 활약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가.
▲나는 열심히 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못 미쳤다. 2군에 있었던 시간도 많았다. 한국에서만큼 효과적으로 뛰지 못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많이 배웠던 곳이다. 일본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태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공부하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은 아니다.
-은퇴 후 거취에 대해 결정된 것이 있나.
▲정말 고민 중이다. 상의를 많이 하고 있다.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공부도 생각하고 있고 해설도 생각하고 있다. 다른 부분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면 해설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는다면.
▲부모님이 가장 그리울 것이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강조하신 아버지, 돌아가셨지만 항상 내 몸을 신경써준 어머니가 떠오른다. 결혼해서는 아내가 16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가족에게 감사한다.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 직접 말할 기회는 없었지만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야구 쪽에는 많은 분이 있다. 한 분한 분 꼽으라면 너무 많다. 지도자 가운데는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시켜준 박승호 코치, 형 같이 도와준 박흥식 코치, 홈런타자로 키워준 백인천 감독, 지바 롯데에서 방황할 때 정신무장을 시켜준 김성근 감독, 돌아왔을 때 받아준 유중일 감독, 타격코치로 있던 김한수 감독 등등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국제대회에서 늘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 비결이 있다면.
▲프로에선 삼성 라이온즈 타이틀을 달고 경기를 뛰었지만 국가대표로 나서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갔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많은 실수도 있었지만 극적인 순간에 안타나 홈런 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만의 끈끈한 팀워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팀워크 덕분에 단기전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선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지금은 야구선수로서 누구보다 행복하다. 하지만 스타가 될 때까지 과정은 너무 힘들다. 절제도 해야 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보통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상도 참고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평범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많은 기록을 세웠는데 본인이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다면.
▲팀으로선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2003년 56홈런이 최고의 기록이 아닌가 생각한다. 50홈런을 4년 전에 달성했지만 54호로 끝났다. 대단한 기록이지만 아쉬움이 컸다. 54개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55개로 끝났다면 평생 후회를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 홈런이 가장 값지고 좋은 기억이었다.
-대구야구장에 대한 소회가 있다면.
-절제된 생활로 유명하다. 최근 안 좋은 일에 엮인 후배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안 좋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 팬들도 많다. 선수들은 어린이 팬들이 보고 배워야 할 모범이 돼야 한다. 나도 팬들이 원하는 100%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볼 때 ‘구자욱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야구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팬들은 홈런을 잘 치는 선수로 생각하실 거다. 나는 최선을 다했던 선수, 모범이 됐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대표팀에서 기억이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기억에 남는 순간은 너무나 많다. 국가대표는 한 경기 한 경기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서 삼진 3개 당하고 네 번째 타석에서 안타 쳤을 때의 희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만약 팀이 졌다면 내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후배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외국에서 뛰고 있던 내가 팀에 전혀 도움이 못돼 후배들 볼 낯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홈런을 치고 이겨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받았지만 모든 고생은 후배들이 다했다.
-은사들이 당분간 편하게 생각하면서 쉬라고 조언하는데.
▲그런 말씀이 너무 감사하긴 한데 막상 집에 있으면 지겨울 것 같다. 야구 말고는 골프를 좋아한다. 집에서 보내줄지 안 보내줄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골프를 조금 하고 싶다. 야구 쪽에선 당분간 쉬면서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 안정이 되면 일을 하든지 가족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내든 삶을 찾아야 한다
-오늘 은퇴경기에서 아내가 시구를 하는데 직접 지도를 했나.
▲집에 있으면서 5미터 거리에 물렁공을 던져보라고 했는데 곧잘 던지더라. 올스타전 때 큰 아들이 시구를 했는데 마무리를 아내가 하게 됐다. 구단에서 의견을 물었을 때 흔쾌히 찬성했다. 의미 있는 경기에서 마무리를 아내가 하게 돼 영광스럽다. 시포를 하게 됐는데 공이 뒤로 빠지지 않게 몸으로 막겠다.
-이승엽에게 야구란.
▲내 인생이고 보물이다. 야구를 제외하고 내 이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야구를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다. 죽을 때까지 야구를 위해 살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찾겠다. 야구는 정말 내 사랑이다.
-여전히 기량이 녹슬지 않았는데 은퇴를 꼭 해야만 했나.
▲스스로 물러날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구단에서 말을 잘 못 꺼낼 것이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다. 최근 2년 동안 9위를 했다. 고참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뭔가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은퇴는 2년 전에 계획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 연장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떠나야 팀이 바뀔 수 있다.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주역으로 올라설 기회가 될 수 있다. 후배들은 내가 빠진 자리를 잘 메우고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1군은 정말 어려운 자리다. 그 자리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