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베컴, AC밀란의 구원자 되나

  • 등록 2008-12-22 오후 12:40:34

    수정 2008-12-22 오후 1:22:59

▲ 데이비드 베컴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오른발의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베컴(33)이 마침내 이탈리아에 진출했다. 21일(현지시간) AC밀란과 우디네세 경기가 열린 산시로 경기장에 부인 빅토리아를 대동하고 나타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던 베컴은 이후 AC밀란 입단식을 갖고 이탈리아 세리에A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원 소속팀 LA갤럭시의 경기 일정이 없는 새해 초 3개월 동안 임대 형식으로 로쏘네리 군단(AC밀란의 별칭)에 합류하는 조건이며 등번호 32번을 달고 뛰게 된다. 이는 오프시즌 중에도 실전감각을 유지하고자 베컴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게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AC밀란 또한 지난 10월 께 베컴과 LA갤럭시가 내놓은 제의에 대해 이렇다 할 고민 없이 수락 의사를 밝혔다. 기량이 검증된 세계적인 선수를 이적료 없이 활용해볼 수 있다는 점, 상업적 가치가 높은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을 통해 구단 관련 상품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한 결정이었다. 선수는 기량을 유지하고, 구단은 활용 가능한 옵션을 늘리며 돈까지 벌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AC밀란이 핵심 미드필드 자원들의 잇단 부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베컴의 활약 여부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AC밀란은 올 시즌 ‘주전급의 전반적인 노쇠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고전하면서도 꾸준히 승점을 쌓아올리며 상위권 순위를 유지해왔다. 개막 직후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등 급속도로 흔들려 잠시나마 홈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조금씩 순위를 높여 17라운드 현재 3위(승점33점)까지 발돋움한 상태다. 13승3무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승점42점을 쌓아올린 선두 인터 밀란과의 차이가 적지 않아 부담스럽지만 2위 유벤투스(36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만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선수로는 ‘싸움소’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중앙MF 젠나로 가투소가 첫 손에 꼽힌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두 경기에 결장한 가투소는 라치오와의 3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복귀한 이후 꾸준히 맹활약을 펼쳤다. 주로 측면MF로 출전하던 이전과 달리 올 시즌엔 중앙으로 보직을 변경했는데, 맨 마킹과 압박을 통해 1차 저지선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가투소가 중원을 장악한 건 양 측면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서는 계기로도 작용해 AC밀란 공격루트 다변화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런데 이렇듯 만점 활약을 펼치던 가투소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AC밀란의 허리라인 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7일 카타니아와의 경기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시즌을 접게 된 까닭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중원에서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무난히 제어하던 가투소의 공백을 메워내지 못할 경우 AC밀란은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큰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15일 열린 ‘맞수’ 유벤투스와의 경기서 2-4로 참패하며 이 같은 진단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이 입증됐다.

대체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마티유 플라미니와 안드레아 피를로가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든든한 기둥’ 가투소의 부상 이탈은 홈팬들에게 더욱 아쉽게 느껴질 법하다.

같은 맥락에서 베컴에 대한 기대감 또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중앙 미드필드라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느냐의 여부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임대 협상 당시 “(베컴을) 오른쪽 측면과 중원에 골고루 기용할 것”이라며 여유 있는 입장을 보이던 카를로 안첼로티 AC밀란 감독이 입단식 당일에는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해 전술적 활용도를 높이겠다”며 말을 바꾼 건 가투소의 공백에 대한 감독의 불안감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베컴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세리에A 특유의 수비적인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적응 여부 자체가 미지수인데다 피를로, 호나우지뉴 등 기존 주축 멤버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는 상태다. ‘국가대표팀 발탁’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한시적으로 AC밀란에 머물게 된 만큼 베컴이 팀플레이 대신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에 치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과연 베컴은 새로운 도전 무대에서 특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까? AC밀란은 ‘베컴 효과’를 누리며 선두 인터 밀란과의 격차를 좁혀갈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든 화제를 집중시키는 ‘이슈메이커’ 데이비드 베컴이 올 겨울 이탈리아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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