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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이끄는 숭실대는 2023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 축구 U리그1 2권역에서 8승 3무 무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3경기를 덜 치르고도 2위 성균관대학교(승점 26)에 승점 1점 앞서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를 비롯해 20세 이하(U-20) 대표팀, K리그1 수원삼성, K리그2 안산그리너스 코치를 거쳐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 지휘봉을 잡았던 박 감독은 지난 6월 모교 숭실대에 부임했다.
부임 한 달 차에 제18회 1, 2학년 대학축구연맹 태백산기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선문대학교를 잡아내며 8강에 올랐다. 약 4개월이 지난 현재는 부임 전부터 이어져 오던 무패 행진을 지키며 권역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박 감독은 무패 행진 비결에 대해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12일 ‘이데일리’를 만나 “일반적으로 하나가 된다는 ‘원팀’을 말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모른다”라며 “대신 경기 중 선수들의 반응이나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 진정성이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동작 하나하나가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로 형성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이렇게 성적이 잘 나올 줄 몰랐다”라고 말한 박 감독은 “지난 8월 추계대학축구연맹전 8강에서 승부차기로 졌을 때 선수들이 실망을 많이 해서 흐름이 안 좋게 흘러가지 않을까 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고비를 만난 선수들이 오히려 4연승으로 넘어버렸다”라며 “U리그와 왕중왕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긴 선수들을 보며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구나’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무패 기록만큼 돋보이는 건 실점. 숭실대는 11경기에서 19골을 넣고 4골만 내줬다. 경기당 실점이 0.4골이 채 안 된다. U리그1에서 함께 무패 행진 중인 아주대학교조차 9실점을 기록 중이다. U리그2까지 범위를 넓혀도 숭실대가 최소 실점 팀이다.
박 감독이 숭실대에서 추구하는 축구는 명확하다. 높은 지역에서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주도하는 축구다. 이전과 달라진 스타일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젠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 ‘압박 위치가 올라갔다’라는 등의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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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축구 철학에는 데이터에 기반을 뒀다. 박 감독은 “90분 내내 전방 압박은 할 수 없다”며 “과거 연령별 대표팀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상대 지역에서 조직적이고 촘촘하게 압박할수록 뛰는 양은 오히려 줄었다. 감독이 되면 꼭 한 번은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물론 높은 위치에서 압박이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도 있다”고 말한 그는 “어쩔 수 없다. 대신 수비 라인을 비대칭으로 두고 협력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또 “공을 뺏기는 순간 뺏긴 선수부터 바로 압박을 가한다”며 “그렇게 하나둘 에워싸는 게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방이 축구 발전에 도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박 감독은 “좋은 축구라면 받아들이고 선수들에게 입혀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조금 더 배우고 후배들에게 자꾸 도입하고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다시 한번 숭실대와 만들어 갈 축구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계속 높은 위치에서 진을 치면서 상대를 압도할 순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우리 지역까지 꽁무니를 빼는 축구는 내 철학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강조한다”며 “결국 템포를 늦추고 가는 순간 죽은 축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패 우승보단 최소 실점이 더 욕심난다고 말한 박 감독은 “징크스는 깨지게 돼 있기에 무패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다”며 “최소 실점을 이어가면서 왕중왕전에도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꼭 만들었으면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끝으로 박 감독은 “학교나 총장님께서 정말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해 주신다.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며 “이제 선수들은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학교와도 더 협력해서 함께 고민하고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숭실대는 13일 오후 3시 성균관대운동장에서 성균관대를 상대로 권역 우승을 향한 9부 능선 넘기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