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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8일 청룡영화대상에서 배우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말한 수상소감은 ‘밥상 소감’이라는 말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후배들 사이에서 이 말은 ‘연예계 속담’이 됐다. 꼭 연기하는 배우들이 아니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에겐 충분한 공감이 될 말이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에요. 그 후로 뭐가 바뀌었냐고요? ‘겁나’ 바뀌었죠, 하하.”
황정민이 웃었다. 영화 ‘베테랑’ 개봉에 앞서 인터뷰로 만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쏟아지는 호평 속에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더 힘들어졌으면 힘들어졌어요. 똑 같아요, 연기하는 제 삶은요. 그 사이 물론 선배 됐고, 형 됐고, 주인공도 됐고, 스타도 됐습니다, 하하. 그런데요, 더 외로워졌어요. 다들 절 어려워하더군요.”
“‘선배님은 그냥 OK죠’라고 해요. ‘어때요?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면 ‘좋은 것 같은데요’라고 해요. 제가 연기를 하면 감독의 시선이 더해지고 그 과정을 거쳐 작품의 시너지가 나거든요. 근데 제가 선배라서 그런지, 그 사이 스타가 되서 그런지(웃음) 저보고 다 좋다고만 해요. 신인감독의 패기를 기대하고 작품을 들어가도 그 분들은 더 그렇더라고요. 그게 저의 숙제가 됐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모두가 다 잘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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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생각도 안할 부분을 황정민은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내 연기에 집중하기도 바쁜 이 시간에, 이 생각 저 생각, 말 그대로 ‘생각 계산’에 빠진 모습은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정민에겐 숙명이었다.
“무시하고 갈 수 없어요. 한 팀이잖아요 어차피. 팀원으로서 계속 열심히 해야하기 때문에 형이고, 선배인 제가 더 노력해야 맞습니다.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에 따라 현장에서 저의 이런 모습이 좀 다르게 나타나긴 해요. ‘베테랑’에선 광역수사대 형사로 편하고 털털한 모습이라 완전 동네 형 같았고요. ‘히말라야’에선 엄홍길 대장님의 모습이었으니까 엄격하고 무섭기도 했죠. 어떤 후배들은 그래서 ‘저 선배 진짜 웃기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폼 잡아?’라고 할지도 몰라요, 하하.”
황정민이 열연한 ‘베테랑’은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비행기에 매달려 날아가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한 액션을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등과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으로 이겼다. “무조건 잘 돼야 한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영화 ‘암살’과 나란히 한국 극장의 흥행 성공을 이끌고 있다. 더 커진 스케일, 더 많은 인력, 더 많은 후배들을 이끌게 된 10년 후 황정민의 변함없는 모습이 이번에도 완벽한 ‘베테랑’이란 밥상을 차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