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만약애]감춰둔 롯데 '공격 본능' 일단은 성공

  • 등록 2012-10-08 오후 10:41:05

    수정 2012-10-08 오후 10:41:05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PO 1차전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4회초 2사 1, 3루 롯데 황재균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두산 선발 니퍼트가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김상진 SK 투수 코치는 “롯데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잦은 실책으로 어려운 승부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꼈다는 것이었다.

김 코치가 주목한 것은 롯데 타자들의 달라진 성향. 초구부터 급하게 덤비기만 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신중하게 경기의 흐름을 만들려 노력하는 타격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김 코치는 “타자들이 철저한 계산 속에서 타석에 선 듯 보였다. 두산이 선발 이후로는 아주 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니퍼트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한 타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롯데 타자들은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는 좀처럼 초구에 손을 내지 않았다. 니퍼트의 투구수를 늘려 최대한 빨리 끌어내릴 경우, 양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두산 불펜을 공략할 기회가 온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초구 타율이 5할7리나 되는 손아섭까지도 니퍼트를 상대로는 세 번의 타석에서 단 한번만 초구를 쳤다. 이 타격도 적시 2루타가 되며 팀에 큰 힘을 보탰다. 2번 김주찬과 3번 전준우도 니퍼트에겐 절대 초구를 치지 않았다.

특히 김주찬은 세 차례의 2볼-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니퍼트의 공에 손을 내지 않았다. 집중력과 선구안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초이스이기도 했다.

롯데 타선은 커다란 발톱을 장착한 거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거칠고 강한 공격이 그들의 장점이다. 하지만 롯데의 거친 공격은 포스트시즌에선 때론 독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공격 성향은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포스트시즌에선 상대 배터리에게 헛점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가 준 플레이오프 1차전서 보인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능을 감추는 것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노력은 때론 지나친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서 긴장이 부르는 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롯데의 5회말 수비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과연 발톱을 감춘 거인의 공격 본능이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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