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없다?'..골프 대기록 세운 루크 도널드

  • 등록 2011-12-12 오후 4:22:45

    수정 2011-12-12 오후 4:22:45

▲ 올해 PGA투어-유럽투어 동시 상금왕을 차지한 루크 도널드(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1945년, 서른 세살 청년 바이런 넬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사에 기리 남을 대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3월 마이애미 포볼대회를 시작으로 6월 PGA선수권대회까지 11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PGA 투어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바이런 넬슨' 대회가 매년 열린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지난 2000년 US오픈에서 2위에 15타 차나 앞서는 대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즈의 성적은 12언더파, 역대 최저타 우승 타이 기록이다. 최저타 기록은 올해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16언더파 268타)에 의해 사라졌지만 우즈가 세운 15타 차 우승 기록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난 11일 세계 남자골프 역사에 새로운 진기록이 탄생했다.

'영국 신사' 루크 도널드는 올 시즌 유럽투어 최종전 '두바이 월드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3위에 올랐다.

3위 상금은 35만9천 유로. 이로써 도널드는 시즌 총상금 421만6천 유로를 획득해 317만1천 유로를 쌓은 로리 맥길로이를 제치고 유럽투어 상금왕에 등극했다. 지난 10월 PGA 투어에서도 상금왕에 오른 도널드는 프로골프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미국과 유럽 양대 투어를 정복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전성기 시절 우즈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고 도널드의 기록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면면을 따져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대기록이다.

대부분 미국내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PGA 투어와 달리 유럽 투어는 유럽 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륙에서 경기가 열린다. 엄청난 시간과 함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양대 투어 풀시즌을 소화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코스도 전혀 다르다. 인공적인 코스가 주를 이루는 미국은 매년 비슷한 기후 환경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유럽은 자연 그대로의 코스 유지를 자존심으로 생각하는터라 매번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고, 각 대륙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날씨에도 대비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1년 동안 도널드는 대서양을 오가며 성실히 투어에 임했다. 매 대회 기복 없는 플레이로 상위권을 지켰다. 올해 21개 스트로크 대회에 출전한 도널드는 17번이나 톱10에 안착했고, 컷 탈락은 2번에 불과하다. 또한 환상적인 숏게임, 퍼트 능력을 바탕으로 양대 투어에서 모두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특히 도널드는 올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유럽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의 우승을 바탕으로 생애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고, 현재까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화제거리는 없지만 '최고'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도널드는 상금왕이 확정되자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하면서 "양대 투어에서 상금왕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시즌이었다"라고 감동을 피력했다.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무관의 제왕'이라고 도널드를 깎아내리는 이들이 많다. 메이저 우승이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무반응으로 대응했던 도널드는 "내년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다. 더 나아가 한 해에 4개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하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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