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적자생존’이 당연시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착한 오디션’과 ‘상생’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JTBC가 ‘싱어게인’에 이어 ‘슈퍼밴드2’까지 잇달아 성공시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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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방송을 시작한 ‘슈퍼밴드2’는 방구석에서 홀로 음악을 하던 천재 뮤지션들이 음악적 동지를 찾아 세상에 없던 음악을 탄생시킬 밴드를 결성하기 위한 무대들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9년 방영됐던 시즌1의 멤버 윤종신, 윤상과 함께 유희열, 이상순, 씨엘(CL) 등 대중음악 각 분야 최고 권위를 지닌 아티스트들로 심사위원 라인업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 19일 방송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예지 팀과 빈센트 팀(밴드 크랙샷)의 무대를 모아둔 유튜브 클립 영상은 조회수 113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날 TV 시청률도 평균 4%, 분당 최고 7.5%까지 치솟으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26일 방송분 역시 녹두 팀의 ‘Forever Young’ 무대 클립 영상이 유튜브 공개 약 15시간 만에 11만 뷰를 달성하는 등 화제몰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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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자 흔히 사용하던 ‘경쟁과 승리’, ‘적자생존’의 서사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슈퍼밴드’ 시리즈의 경우, 경쟁 대신 EDM, 록, 클래식, R&B 등 다양한 장르에 포진한 천재 뮤지션들이 라운드마다 밴드를 결성하며 이루는 ‘조화’의 과정에 더 주목했다. 실제로 ‘슈퍼밴드2’의 김형중 CP(책임프로듀서)는 “세상에 없던 음악을 찾아 숨겨진 음악가들이 본인의 음악적 동기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며 “가창자뿐 아니라 다양한 연주자들이 함께 나온다는 점, 나만 잘해서 우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도 지원자들을 계몽하기보단 청중으로서 이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같은 음악인으로서 이들의 진정성에 공감해주는 역할에 가깝다. 생계를 위해 일식집에서 일하며 어렵게 밴드 크랙샷을 이끌어온 빈센트 팀이 지난주 김예지 팀을 꺾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당시 이상순이 건넨 위로의 심사평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상순은 빈센트 팀에게 “밴드 음악은 시간이다. 이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냈을 텐데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끝까지 해줘서 고맙다”고 평을 남겼고, 이는 박수를 받았다. 경쟁자인 크랙샷 팀의 호연에 자신의 일처럼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김예지 팀의 태도도 화제를 모았다.
‘싱어게인’은 프로그램의 목적을 실력 가늠 대신 ‘무대의 기회’로 잡았다. 어렵게 다시 주어진 무대를 마지막이라 생각해 모든 것을 쏟아붓던 지원자들, 그런 지원자들을 최대한 조명해주고자 심사평 한마디를 고심하며 진심으로 응원한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는 호평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지고 경연 과정도 치열하다 보니, 요즘은 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각 지원자가 지닌 매력과 실력이 매우 출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심사위원이 독설을 날리거나, 혹독한 트레이닝과 데스 매치로 우승자가 걸러지는 전개에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싱어게인’과 ‘슈퍼밴드2’도 기존 오디션 포맷들을 이것저것 참고하긴 했으나, 그 바탕에 경쟁 대신 ‘조화’와 ‘상생’의 새로운 가치관을 투영한 점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정 평론가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