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용하, 친구의 아린 눈물 뒤로한 채 영면

  • 등록 2010-07-02 오후 5:09:35

    수정 2010-07-02 오후 5:44:35

▲ 고 박용하의 유골함과 위패.

[성남(경기)=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2일 낮 12시4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파크 내 포레스트 헤븐 봉안묘역 중턱.

‘내 사랑 내 곁에’의 가수 김현식이 묻혀 있는 납골묘에서 불과 20여 미터 위로는 흰 천막 3개가 둘러쳐져 있었다. 그곳 주변에 몰려있던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은 2시간여 동안의 웅성거림을 멈추고 영정 사진을 안고 올라오는 한 남자를 주시했다.

평소 서로를 `막역지우`라 부르기 서슴지 않았던 소지섭과 박용하는 이날 엇갈린 운명에 놓였다. 소지섭은 죽은 친구의 영정을 들었고 박용하는 친구의 품안에서 말 없는 함박웃음으로 산 사람들의 눈물을 보았다.

노승의 목탁소리가 울리면서 납골함 안장식이 시작됐다. 박용하의 유골은 금색 납골함에 담겨 영정사진, 위패와 함께 나란히 납골묘역 표지석 위에 놓였다. 빗방울이 계속 납골함을 적셨다.

박용하의 매니저인 이희정씨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녹음한 노래 ‘스타즈’(Stars)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추도사를 읽었다. 이씨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에 언제나 함께 있는 것처럼 배우 박용하, 이제는 저 높은 하늘의 별이 돼 늘 우리들 곁에서 반짝 거릴거라고 그렇게 약속하며 멀리 멀리 떠나갑니다"라고 말했다.

추도사가 끝난 뒤 산 자들의 마지막 인사가 시작됐다. 고인의 유해가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땅 속으로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절을 올린 이는 소지섭이었다. 더 쏟아낼 눈물이 없던 그의 몸은 코 끝과 귀 끝까지 격양되며 울컥거렸다. 셔터를 누르던 사진기자도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시선을 돌렸다.
▲ 배우 소지섭이 고 박용하의 영결식에서 절을 하며 오열하고 있다.
 
오후 1시11분. 소지섭의 뒤를 이어 친동생마냥 박용하를 아끼던 김원준이 절을 했다. 그는 두 번 절하고 반절을 한 뒤 납골함을 어루만졌다. 다음으로 영정 앞에 선 김무열은 절을 하며 머리를 땅에 찧었다. 절을 다 마친 뒤 김무열은 조근조근 중얼거렸다. 그의 눈 빛은 잠시 촛점을 잃었다.

박희순과 김민정, 김현주, 박시연은 한 줄로 서서 동시에 절을 올렸다. 무릎을 꿇은 박시연과 김민정은 영정 사진을 보며 손수건을 입에 가져다 댔다. 김현주는 입술을 깨물었고 박희순은 고개를 숙였다.

오후 1시26분 땅 위에 있는 납골함은 산 사람들과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2분후 땅 밑으로 납골함이 안장됐다. 6명의 늙은 인부들은 대리석으로 만든 커다란 덮개석으로 그 위를 덮었다. 김무열은 끝까지 그 모습을 응시했고 박광현, 김형준, 김준희 등 다른 연예인 동료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먼 산을 쳐다봤다. 혹은 옆에 있는 지인들의 품안에서 눈물을 훔쳤다.

박용하의 이름이 새겨진 납골묘가 완성되고 그의 영혼이 극락왕생하길 바라는 천도재가 이어졌다. 이날 아침 일본에서 급히 귀국한 류시원은 천도재 시작 전에 도착했다. 류시원은 무릎을 꿇고 박용하의 위패에 술잔을 올렸다. 그의 눈물은 술잔으로 떨어졌다. 안장식 이후 납골묘에서 떨어져 있던 박희순은 이 모습을 망연히 주저앉아 지켜봤다.
▲ 김원준이 박용하의 유골이 들어있는 납골함을 어루만지고 있다

자식을 가슴에 먼저 묻은 박용하의 부모는 아들의 안장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누나와 매형이 부모를 대신했고 연예인 동료들과 일본 팬들이 박용하가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함께 했다.

이날 성남에는 오전 9시30분께부터 장맛비가 쏟아져 오후 4시까지 12.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용하의 안장식이 진행된 낮 12시40분부터 오후 2시10여분까지 빗줄기는 가늘어지다 끝내 멈췄다.

1977년 8월12일 서울에서 태어난 박용하는 2010년 6월30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스트레스에 따른 충동성 자살이라고 밝혔다.  
▲ 류시원이 박용하의 납골함 안장식 이후 천도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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