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김연아·김자인이 흘린 눈물의 의미

박세리, 1998 US오픈 '감격의 눈물'
김연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후련함의 눈물'
김자인, 2014 IFSC 세계선수권 '성취의 눈물'
  • 등록 2014-09-16 오후 1:52:47

    수정 2014-09-16 오후 1:54:05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지난 1998년 LPGA 메이저 대회 US 오픈서 선보인 박세리(36·KDB산은금융그룹)의 ‘맨발샷’은 IMF 외환위기 속 국민의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연장전 마지막 홀, 티샷이 연못에 빠지자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연못가 비탈진 러프에서 샷을 시도했다. 당시 만 20세 소녀의 햇볕에 그을린 종아리와, 대비된 하얀 발을 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고된 야외 훈련의 기색에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박세리는 우승이 확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중계 화면에 잡힌 그는 오른손으로 수차례 눈물을 훔쳤다. 우승이 결정된 후 두 손을 번쩍 치켜든 박세리는 인터뷰를 하기까지 기쁜 마음에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그의 대회 장면은 지난해 미국의 유력 스포츠 언론인 ESPN에 의해 ‘역대 US 오픈 명장면 베스트5’에 선정되기도 했다.

△ ‘피겨여왕’ 김연아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 SBS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화면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시상대에 서기 전 김연아(23·올댓스포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럽게 울던 김연아의 모습은 NBC 중계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당시 눈물은 ‘후련함의 눈물’이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분함 때문이 아니라 선수생활을 무사히 끝냈다는 의미에서였다.

“홀가분한 마음에 눈물이 나는 것 같다”는 그의 인터뷰에선 정점에 이르러 본 사람의 지난 노력이 물씬 배어 있었다. “결국 어떻게든 끝이 나더라”는 그의 말에선 중노동에 가까운 피겨 훈련을 끝낸 한이 서려 있었다. 김연아는 지난 5월 은퇴 기자회견서도 선수생활을 추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세리, 김연아에 이어 15일엔 ‘암벽 여제’ 김자인(26·올댓스포츠)이 울었다. 김자인은 15일(한국시간) 스페인 히혼에 위치한 팔라시오 데 데포르테스 체육관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난이도) 부문에서 정상에 오른 후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암벽에 매달린 채 훌쩍거렸다. 내려올 때 그의 눈에선 눈물이 맺혀 있었다.

△ 김자인의 모습. / 사진= 김자인 인스타그램


김자인의 눈물은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뤄낸 ‘성취의 눈물’이었다. 그간 그는 유독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하지 못했다. 총 5차례(2005, 2007, 2009, 2011,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자인은 최근 3개 대회서 준우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음을 비우고 경기하려 했다. 완등으로 우승해 말로 기쁘다”고 밝혔다. 암벽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해 다리에 붕대를 감고, 손에 굳은살이 박여도 이를 악물었던 김자인은 결국 위업을 달성했다.

박세리와 김연아, 그리고 김자인. 비인기 종목, 불모지의 설움을 이겨낸 한국 스포츠사(史)의 빛나는 여제들이다. 노력을 승리로, 승리를 감동으로 바꾼 이들의 성공 신화는 자라나는 ‘스포츠 키즈’에게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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