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공감백서..유희열·윤상·이적, '그 흔함의 재발견'

  • 등록 2014-08-08 오후 3:24:47

    수정 2014-08-08 오후 3:24:47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청춘’.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페루가 아니어도 좋다. 길을 걸으면 알아보고, SNS에 올린 말 한마디가 화제가 되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좋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뮤지션이 아니어도 좋다. 어느 동네의 허름한 술집에서 10년, 20년, 30년전 졸업앨범 사진을 보며 우리들만 아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라면 무엇이든 좋다. 그것이 9박 10일의 생각치도 못했던 해외 여행이 아니어도, 함께 인생을 꾸려갈 여정이 남아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예측불허의 여행이 된다.
‘꽃보다청춘’의 윤상 유희열 이적.
케이블채널 tvN 해외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마지막, ‘꽃보다 청춘’은 이런 지점에서 20~30대 시청자들에게 특히 큰 공감을 안기고 있다. 유희열, 이적, 윤상의 청춘들은 우리 주변에 한명 쯤 있을 법한 캐릭터라는 것. 마치 내 친구를 보는 것 같고, 마치 내 친구와 여행을 가면 저렇게 행동할 것 같은 이 청춘 3인방의 ‘흔함’이 이번 여행이 안겨줄 묵직한 울림이 될 전망이다. 3인방의 매력을 되새겨봤다.

▲유희열, 가끔은 어른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유희열은 생각보다 더한 ‘상남자’였고, 생각보다 속 깊은 ‘어린 리더’였다.
‘꽃보다 청춘’ 지난 방송에서 유희열은 ‘통수 캐릭터’였다. 뒤통수를 쳤다는 의미다. ‘마성의 변태’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했던 유희열은 오래도록 알고 지냈던 이적에게도 의외의 진중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줬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한 ‘상남자’였다”고 나지막이 말하는 이적의 깨달음에 유희열은 재발견됐다.

여행 당일, 경기도 어느 한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를 먹다가 2시간 뒤 페루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던 세 사람.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출발이었지만 유희열은 달랐다. 누구보다 가진 짐이 없었고 가져 갈 것이라곤 생존을 위한 약 봉지 몇 개 뿐이었던 유희열은 특유의 매의 눈으로 현실적인 계산을 시작했다. 비행기 이륙 직전 페루에서의 첫날밤을 보낼 숙소를 정리했다. 모든 소지품을 반납 해야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밑장 빼기’를 생각하는 순간적인 판단력은 날카로웠다. 비록 ‘1일 천하’였지만 그의 리더십과 배려심은 형 윤상과 동생 이적을 감동 시켰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인정하긴 싫지만 가끔은 멋있을 때가 있는 친구들이 있다. 술자리에서도 메뉴 통일이 어려울 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고 색깔이 뚜렷한 친구들 사이에서 말없이 중재를 잘 하는 친구들이 있다. 10대부터 30대 남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유희열은 ‘변태 뮤지션’에서 ‘상남자 형님’으로 통하고 있다.

이적의 고백
▲이적, 가끔은 쿨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뭔가 철학적인 관점을 제시했던 이적. 뮤지션이 아닌 여행 친구의 모습으로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맹꽁이 적’으로 웃음을 줬던 이적은 ‘꽃보다 청춘’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적은 유희열과 윤상 사이에서 막내다. 하지만 ‘찡찡이’ 윤상을 달랠 줄 알고, 그의 마음을 읽는 눈치도 가졌다. ‘응가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윤상을 위해 숙소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이적이었다. 하지만 ‘쿨’하진 못했다. 선의를 베푼 일에 대한 보상을 생각했다. 내 마음이 전달됐겠지, 나한테 고마워했겠지, 라는 뿌듯함을 느꼈다. 상대방이 그런 마음을 몰라줬을 때는 그야말로 ‘쿨하지 못해 미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이적은 “순간적으로 표정관리가 안”됐고, “사심 없이 배려를 해야 하는데 아직 생색의 마음이 있”었고, 결국 “욱하는 포인트가 생각보다 일찍”오는 상황을 맞았다.

이적은 ‘꽃보다 청춘’에서 굉장히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안겼다. 사실 친구들만큼 서로에게 상처받는 존재도 없다. “친군데 이해 해주겠지”라는 마음이 쌓여 “어떻게 친구끼리 이러냐”라는 서운함이 될 수 있는 불안한 관계라는 것. 이적은 절대 쿨할 수 없는 우리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웃음 짓게 했다.

뜻하지 않은 여행 첫날 밤의 진한 토크.
▲윤상, 가끔은 날 미안하게 만드는 친구들이 있다

윤상은 어찌 보면 ‘민폐’였다. 첫회에서 보여 진 모습은 연장자라는 이유로 배려해야 하고, 그의 패턴에 양보하게 한 조금 귀찮은 존재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숙소에 불만이 적었던 유희열과 이적은 그렇지 못한 윤상을 위해 페루 거리를 헤맸다. 사실 윤상은 가진 것이 가장 많았다. 제대로 된 가방도 있었고, 운동화도 갖춰신었다. 조식을 먹으며 여행 계획을 짜던 동생들에게 “속옷을 사러가자”고 본인의 욕구를 해소했고, 시내를 돌아보자던 동생들에게 “먼저 숙소에서 좀 씻고 나오면 안 될까”라고 제안했다. 그의 말에 맞춰가던 동생들은 배려의 마음이 전달되지 못한 것 같은 상황에 섭섭했고 서운해했다. 감정은 상했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하지만 알고 보면 윤상의 마음도 그것이 다가 아니었던 것 같다. ‘형’ 윤상은 냉랭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문을 열었다. 지금껏 동생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이적은 그의 말에 눈물을 흘렸고, “내가 잘 해줘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흐름을 봤을 때 윤상의 말은 그토록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음악적 동료’들도 알지 못했던 깊은 속내가 아니었을까.

방송 1,2회 만에 세 사람의 달아오른 진심은 시청자들에게 ‘내 친구’를 떠오르게 했다. 우리는 가끔 친구들과 잘 지내다가도 “너 요즘 별로야”, “그 동안 참았는데 넌 왜 그러냐”며 불만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그러다, “내가 사실 이랬어”라며 미안하다는 친구의 얘기를 들을 때 우린 “말을 하지 그랬냐”며 괜히 더 미안해지는 경우가 있다. ‘꽃보다 청춘’은 이런 의미에서 그 어떤 시리즈보다 젊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할배들의 여행을 보며 부모님의 소중함을 느끼고, 누나들의 여행을 보며 일탈을 꿈꾼 20~30대 시청자들은 이제 나와 내 친구들을 생각한다. ‘꽃보다 청춘’은 지금을 즐길 진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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