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한국 야구 '이틀동안 무슨 변화 있었나'

  • 등록 2009-03-09 오후 10:08:51

    수정 2009-03-09 오후 10:29:22

▲ 김인식 감독

[도쿄(일본)=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이것이 야구다. 이틀 전(7일) 일본에 2-14라는 처참한 점수차로 무릎을 꿇었던 한국야구가 9일엔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12점차로 지나 1점차로 지나 똑같은 1패일 뿐"이라고 했던 김인식 감독은 이틀만에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2-14'라는 점수차는 상대와의 실력 차이를 의미하는 숫자가 아니었다.

한국은 7일 경기서 선발 김광현이 무너지며 손쓸 틈도 없이 무너졌다. 김광현은 일본 타자들의 '철저한 분석'이라는 벽에 막혀 무릎을 꿇고 말았다.

투구수 제한 때문에 투수를 맘 껏 쓸 수 없었던 김인식 감독은 김광현이 제한 투구수인 70개까지 그냥 버텨주기만 바랬다.

승부를 뒤집어보려 힘을 썼다가 정작 현실적으로는 더 중요했던 패자부활전에 쓸 힘이 부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하룻동안 치욕에 잠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보다 큰 승부를 위해선 수모를 감수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은 최대한 아꼈다. 정현욱을 일찍 뺀 것도 이때문이었다.

선수들도 7일 패배 후 많은 것을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 일본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진영은 "열심히 하면 다 이기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더욱 집중하고 강한 집념을 갖고 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일본전이 끝난 뒤 그 부분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국 야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이 아니라 지난해 베이징에서, 또 3년 전 도쿄돔에서 일본을 연파했던 기백이 되살아난 것이다.

대패를 당한 지 이틀만에 다시 맞붙게되는 상대. 모두들 우리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 앞에서 기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 당당했다. 실력에서 밀린 것이 아님을 시위라도 하듯 힘과 힘으로 맞붙어 일본 선수들을 이겨냈다.

마운드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틀 전만해도 다음 경기를 걱정하느라 맘껏 투수를 쓰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2라운드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던질 수 있는 모든 투수들을 쓸 수 있었다. 여기에 선발 봉중근이 70개의 공으로 5.1이닝을 던져주며 더욱 힘이 실렸다.

짧고 굵게 던질 수 있었던 우리 불펜 투수들은 나란히 자신의 최고구속을 찍어대며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를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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