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불모지 설상종목에서 기적 일궈낸 '배추보이' 이상호

  • 등록 2018-02-24 오후 3:20:21

    수정 2018-02-24 오후 3:20:48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스위스의 네빈 갈마리니와의 대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여자 스노보드 대표 정해림으로부터 배추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배추보이’가 한국 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설상 종목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이상호(한국체대)다.

이상호는 24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게 0.43초 차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통틀어 한국 설상종목이 1960년 스쿼밸리 대회에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58년 만에 처음 올림픽 메달을 가져왔다. 심지어 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이상호의 별명은 ‘배추보이’다. 강원도 사북 출신인 이상호는 스키장에 갈 형편이 안됐다. 그래서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처음 스키를 탔다.

이상호는 이미 한국 스키 종목의 역사를 여러 차례 새로 쓴 주인공이다.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위에 오르며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스노보드 선수가 아시안게임을 정복한 것도 이상호가 처음이었다. 이상호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했을때 배추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이상호는 올림픽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초 유로파컵 우승을 제외하고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상호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12월 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월드컵은 올림픽으로 가는 여러 대회 중의 하나”라며 “현재 컨디션도 좋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그의 말대로 이상호는 실전 무대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여주면서 은메달이라는 기적을 일일궈냈다.

올림픽에서도 한국 스키에 첫 메달을 안긴 이상호는 대한스키협회가 주는 올림픽 은메달 포상금 2억원도 받게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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