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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해내야 하는 공연”이라고 했다. 질서 속의 무질서. 싸이가 ‘말도 안되는 숫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7만 명의 관객들은 공연 전 싸이가 요청했던 공지사항을 충실히 따라 함께 공연을 완성했다.
싸이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에서 이 같은 빌보트 차트 공개 전에 이번 공연에 내건 ‘세계 석권 기념’이라는 타이틀은 지나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객들의 호응은 싸이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수로, 또 이날 공연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4일 일찌감치 자리를 잡기 시작한 관객들은 오후 10시를 조금 앞두고 싸이가 무대에 등장하자 싸이의 이름을 연호했다. 싸이는 많은 관객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4년에 한번씩 여기 와봐서 아는데 정말 말도 안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가 된다”며 “지금 계신 자리 외에는 이동하면 안된다. 한국 사람들의 질서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당부했다.
공지사항을 전달한 싸이가 잠시 무대를 내려간 뒤 ‘애국가’ 반주가 울려 퍼졌다. 5만 명의 관객은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불렀다. 싸이는 지휘를 했다. 싸이는 ‘라잇 ‘연예인’으로 본격적인 공연의 문을 열었다. 관객들은 껑충껑충 뛰며 팔을 흔들기 시작했다.
싸이는 “데뷔 12년째를 맞이한 가수,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데뷔 12년 만에 다른 나라에서 신인가수가 돼 버린 가수 싸이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싸이는 “(빌보드) 1위를 못했음에도 이런 자리를 갖게 해준 서울시 측, 이 공연을 위해 쉬지 못하고 대중교통을 연장해주고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싸이는 말 한마디 한마디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11월 중순 미국에서 ‘강남스타일’ 후속곡을 내야 한다. 곡만 쓰면 되는 게 아니라 안무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야해 죽을 것 같다”면서도 “기대치가 너무 커져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렇게 나쁘지 않다. 기대 많이 해달라”고 했다. 예정된 공연 시간을 1시간 가까이 남긴 오후 10시36분 “이제 세곡 남았다”고 하더니 아쉬움의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에게 “세곡 마치고 뒤돌아 내려갈 테니 더욱 많은 함성을 보내 달라. 준비 많이 했다”며 웃어보였다.
세곡 중 마지막 ‘낙원’은 “난 너와 같이 노래하고, 난 너와 같이 소리 지르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에서 여기가 한국인 거야”라고 개사해 불러 환호를 받았다.
‘강남스타일’이 나온 건 그 다음이었다. 싸이는 선글라스를 꺼내들고 “다음 노래는 선글라스가 없으면 부를 수 없다”며 ‘강남스타일’을 예고했다. 또 “내게 12년 만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그 노래. 멀리 타국에서 가사를 이해 못하는 관객들과 합창 없이 불렀던 그 노래”라며 ‘강남스타일’을 불렀다. 7만 명이 너나 할 것 없이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싸이는 “방금 부른 ‘강남스타일’이 오늘 제가 준비한 마지막 곡이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어김없이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 싸이는 ‘붉은 노을’과 ‘낭만 고양이’,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그대에게’, ‘여행을 떠나요’ 등을 록메들리로 선보이며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싸이는 소주를 한병 들었다. “어린 분들도 있는데 건강에 안좋은 거니 아예 입에 대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가족들과 더 이상 무대에서 병나발을 불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겠다”며 들이켰다.
이어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부른 뒤 마지막 앙코르는 ‘챔피언’으로 장식했다. 싸이는 “가수로서 가장 빡센, 가장 벅찬 공연이었다”고 했다. 싸이와 7만 관객 모두 챔피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