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감독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창제 과정에 함께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난 24일 개봉했다. 승려 신미가 한글 창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평점 테러를 당하는 등 공격을 받았다.
연출자 조철현 감독은 29일 언론사에 보낸 장문의 글을 통해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했고 마침 신미라는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했다”며 “영화적 재구성 과정에서 신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실존한 인물로서 세종대왕과 연관성 때문에 등장시켰지만 세종대왕의 창제 고통을 부각시키는 영화적 장치로 활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감독은 “수십 년간 세종대왕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았기에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안다”며 “세종대왕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는데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조 감독은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했다”며 “부족함은 저의 몫이다”고 논란에 대해서 배우나 스태프가 아닌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나랏말싸미>를 연출한 조철현입니다.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낸 그의 애민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 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 ‘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입니다.
우리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하여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하였던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습니다.
저는 수십 년간 세종대왕과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압니다. 그러나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고자 했으며,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글자의 디자인 원칙을 제시하고 디자인 과정을 주도했으며,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해 글자 수까지 줄이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모습과, 신분과 신념의 차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왕의 권위까지 버리면서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지,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습니다.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하였습니다. 그것이 저와 그들의 진심입니다. 그분들의 뜻까지 오해받고 있어서 무척 아픈 지점입니다. 부족함은 저의 몫입니다.
끝으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