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vs맥그리거, 세기의 대결? 세기의 서커스?

  • 등록 2017-08-24 오후 12:53:57

    수정 2017-08-24 오후 12:53:57

오는 2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빅매치를 펼치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와 코너 맥그리거.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마징가 제트와 로버트 태권V 가운데 어느쪽이 더 강할까’, ‘배트맨 대 슈퍼맨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어릴적 유치하지만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궁금증이다. 그런데 이같은 호기심을 해결해줄 빅매치가 펼쳐진다. 바로 복싱과 격투기의 최강자가 맞붙는 경기다.

49전 무패의 ‘최강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과 UFC 격투기의 최고 인기스타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경기방식은 프로복싱이며 12라운드까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체급은 두 선수 모두 웰터급(69.85kg 이하)으로 출전한다.

종목이 다른 두 최강자가 한 링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엄청난 관심을 반영하듯 이 경기는 전세계 200여개국에 중계될 예정이다. 대전료로 메이웨더는 약 1억5000만 달러(약 1693억원), 맥그리거는 최소 1억 달러(약 1129억원) 이상을 챙길 전망이다.

예전에 이런 비슷한 경기가 있었다. 프로복싱 헤비급 최고의 복서였던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이었다.

1976년 6월 26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이 경기는 당시 전세계 34개국에서 동시 생중계 됐다. 결과는 시시하게 무승부로 끝났다. 이노키가 계속 링 바닥에 누워서 킥을 날리고 알리는 멀찍이 서서 펀치만 휘두르다보니 제대로 경기가 될리 없었다. 양 측이 경기에 앞서 룰 합의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복싱도, 프로레슬링도, 격투기도 아닌 어정쩡한 경기가 됐다.

메이웨더 대 맥그리거의 경기는 다를 전망이다. 명백한 복싱 대결이다. 맥그리거가 겁없이 상대의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이번 경기는 맥그리거의 도발이 계기가 됐다. 맥그리거는 인터뷰를 통해 “메이웨더는 진짜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다. 나와 복싱 경기로 붙자. 1억 달러를 가져와라”고 도전장을 던졌다. 직접 캘리포니아주 복싱 라이센스를 따는 등 메이웨더에 대한 도전을 구체화했다.

이미 복싱계 은퇴를 선언한 메이웨더는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맥그리거의 인기가 높아지고 그의 도발이 화제가 되고 마음을 바꿨다.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에서 워낙 대단한 선수들의 대결인만큼 화제성은 어느 경기보다도 뜨겁다. 하지만 냉정히 본다면 복싱에서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

메이웨더는 복싱계에서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최대한 난타전을 피하고 철저히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에 수많은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기 스타일이 재미없다는 팬들의 비난도 쏟아지지만 복싱 실력에 관한한 그는 완벽, 그 자체다.

반면 맥그리거는 복싱에 관한한 초보자다. 10대 시절 잠시 복싱을 한 적이 있지만 공식 경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프로는 커녕 아마추어 경력도 전무하다.

같은 투기 종목이지만 격투기와 복싱과 스킬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격투기는 펀치는 물론 킥과 레슬링, 서브미션 등 상대를 맨손으로 공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이 가능하지만 복싱은 오로지 두 주먹 만으로 싸워야 한다. 장기에 비유하자면 맥그리거는 차, 포는 물론 마, 상까지 떼고 두는 셈이다.

게다가 이 경기는 3분 12라운드제다. 최대 36분을 뛰어야 한다. 반면 UFC는 보통 5분 3라운드, 메인이벤트의 경우 5분 5라운드다. 길어야 25분이다.

맥그리거가 초반에 승기를 잡지 못하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맥그리거는 UFC에서도 후반에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이웨더는 여유가 넘친다. 글러브를 10온스(약 283.5g)짜리에서 가벼운 8온스(약 226.8g)짜리로 바꾸자고 먼저 제의했다. 무게가 가벼운 글러브는 그만큼 안쪽 쿠션이 덜 들어간다.

UFC에서 4온스(약 113.4g)짜리 오픈 핑거 글러브를 사용하는 맥그리거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가벼운 글러브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한방으로 KO 시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를 주관하는 네바다주 체육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글러브 변경을 허락했고 맥그리거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복싱쪽이든, 격투기쪽이든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메이웨더의 완승을 점치고 있다. 복싱룰로 치러지는 만큼 당연한 선택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이번 대결이 ‘세기의 대결’이 아닌 ‘세기의 서커스’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점은 경기를 앞두고 맥그리거 승리 쪽으로 베팅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인 ESPN은 “최근 스포츠 도박꾼 17명 중 16명꼴로 맥그리거에게 돈을 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만 해도 메이웨더 승리 배당률은 -2500(1달러를 얻으려면 2500달러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반면 맥그리거의 배당률은 +1100(1000달러를 걸면 1100달러를 딴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 6월에는 메이웨더 -475, 맥그리거 +375로 배당이 바뀌었다.

스포츠 도박꾼들은 직접 돈을 걸기 때문에 가장 냉정하게 분석한 뒤 승부를 예측한다. 여전히 스포츠 도박 업체들은 메이웨더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그 차이는 확 줄어들었다. 그만큼 맥그리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승패와는 별개로 색다른 내기도 펼쳐지고 있다. 맥그리거가 과연 반칙패를 당할지를 놓고 펼치는 베팅이다.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수퍼북이란 회사는 맥그리거가 경기 중 발차기를 해 반칙패를 당할 경우엔 16배를 벌 수 있는 게임을 걸었다.

윌리엄 힐이란 대형 베팅업체도 맥그리거의 반칙패에 10배의 배당금을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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