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리뷰]`로맨틱 헤븐`, 따스한 감성 돋보이는 판타지 로맨스

  • 등록 2011-03-16 오후 2:13:45

    수정 2011-05-26 오후 12:13:29

▲ 영화 `로맨틱 헤븐`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죽은 뒤의 세상은 어떨까. 채워지지 않은 욕망으로 복닥 복닥 머리 아픈 삶을 꾸려가는 땅 위 인간들의 모습보다는 확실히 평온하고 허허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장진 감독의 열 번째 연출작인 영화 `로맨틱 헤븐`은 천국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소박한 매력이 돋보이는 판타지 로맨스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민규(김수로),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사랑하는 변호사 경자(유선), 암 투병중인 엄마를 위해 골수 기증자를 찾아 나서는 미미(김지원), 미미의 엄마를 살릴 수 있는 지명수배자를 쫓는 김형사(임원희), 평생 가슴에 묻어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지욱(김동욱) 등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며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인연을 만들어 간다.

▲ 영화 `로맨틱 헤븐`
우연찮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상태에서 천국에 간 지욱은 자신과 함께 사고를 당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첫사랑 분이(심은경)임을 알게 되고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분이를 보여주기 위해 잠시 땅에 내려간다. 

미미는 아픈 엄마에게 골수 기증을 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지명수배자라는 소식에도 그가 결백하다는 믿음에 흔들림 없이 그를 찾아나선다.

총 4장으로 구성, 각각의 인물의 스토리를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가는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는 다소 밋밋하고 헐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뚜렷한 갈등 구조 없이 천천히 흘러가듯 보여주는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다소 길게 보일만도 하다.

그러나 각각의 인물이 펼치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코믹 코드는 영화 속 `깨알 재미`를 찾아가게 만든다. 이는 무대 위 등장 인물들의 각각의 행위에 포커스를 맞춘 듯한 장진 감독 특유의 연극적인 연출 기법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 영화 `로맨틱 헤븐`
  형사 역을 맡은 임원희의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버럭 연기나 천사 베드로로 분한 이한위가 주는 웃음 포인트도 영화의 숨겨진 재미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할머니 분이 역으로 분해 노인다운 말투나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낸 아역배우 심은경의 호연도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유럽의 전원 마을을 그려낸 듯한 모습으로 천국을 표현, 100%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구현해 낸 천국의 이미지는 다소 동화같은 어색함 속에서도 따스함을 준다.

장 감독은 "각박하게 돌아가는 최근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며 살면서 슬프고 우울한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봄 극장가에서 부담 없이 여유로운 웃음을 찾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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