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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이탈리아 세리에A에 모처럼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13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조제 무리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디펜딩 챔프 인터 밀란이 선두(9승3무1패/30점)를 달리고 있으며 초반 ‘갈지 자’ 걸음에서 회복한 AC밀란(8승3무2패/27점)과 유벤투스(7승3무3패/24점)가 나란히 2,3위에 올라 뒤를 쫓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빅3 클럽이 정상을 놓고 다투는 그림, 실상 얼마 만에 이런 반가운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급한 클럽들이 순위표 상단을 차지하는 것은 이전까지 지극히 당연시 여겨졌던 일이다. 프리미어리그(맨체스터Utd.-첼시-리버풀-아스널)든 프리메라리가(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든, 리그를 선도하는 특별한 2~3개 클럽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나 이탈리아에서 밀라노형제(AC-인터)와 유벤투스가 차지하는 힘이란 다른 팀들이 범접키 힘든 수준으로 인식돼 왔었다. 그러나 2005-06시즌 정상에 올랐던 유벤투스가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돼 ‘챔피언 자격 박탈’ 및 ‘세리에 B 강등’이라는 철퇴를 맞은 이후 세리에A의 기존 헤게모니는 잠시 동안 붕괴됐다.
2006-07시즌이야 유벤투스가 빠졌으니 숫제 판 자체가 깔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유벤투스의 원기회복 ‘유예기간’과 AC밀란의 노쇠화에 따른 부진이 맞물리며 인터밀란의 독주와 대항마 AS로마의 항거로 판도가 정리됐다. 따라서 근 3년 만에 빅3의 반가운 재회가 성립된 셈이다. 인터 밀란이 작금 유럽의 모든 클럽을 통틀어 질적양적으로 가장 알찬 스쿼드를 꾸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와중 인터 밀란의 리그 3연패에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도 두 라이벌들이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는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설까지 심각하게 대두됐을 만큼 시즌 초반 굉장히 위태로웠던 AC밀란은, 실패작이라던 호나우지뉴 영입이 서서히 빛을 발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간만에 경험하게 된 챔피언스리그 병행이 꽤나 벅찰 것이라던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 2연전에서 놀랍게도 모두 승리하며 외려 예전의 ‘감’을 되찾은 모양새다. 요컨대 각자가 가지고 있던 아킬레스건을 무난하게 커버하면서 자연스레 선두권을 형성하는 ‘건강한 구도’가 성립됐다는 게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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