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부터 푸욜까지' 한국산 기부챌린지 유럽까지 확산

  • 등록 2015-08-20 오후 12:26:51

    수정 2015-08-20 오후 12:26:51

슛 포 러브 이벤트에 동참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간판수비수 카를레스 푸욜. 사진=슛 포 러브 페이스북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너의 기록을 깨보겠어.” PSV아인트호벤 필립 코쿠 감독이 박지성이 기록한 73점을 깨고 손을 번쩍 들고 축하했다. “지성을 이겨서 너무 좋아. 호나우딩요, 루이스 엔리케, 반 니스텔로 나와주세요.”(필립 코쿠 감독)

한국의 젊은이가 시작한 ‘사랑의 축구 릴레이 챌린지’가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유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슛 포 러브(Shoot for Love·https://www.facebook.com/shoot4love)’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안정환(39)으로 시작한 챌린지는 손흥민(23·레버쿠젠), 박지성(34) 등 해외파 스타들의 발을 거치더니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산됐다. 라울 곤잘레스, 카를레스 푸욜, 필립 코쿠에 이어 호나우딩요 등 초특급 스타의 도전 여부가 관심이 높아졌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해외 스포츠스타들과 셀러브리티로부터 시작돼 유행한 것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반면 슛 포 러브는 한국에서 시작돼 점차 해외로 퍼져 나갔다.

슛 포 러브는 참가자가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 양궁 과녁(가로세로 2.1m)을 향해 10차례 슛을 쏴서 맞힌 점수 총점에 따라 기부금을 적립한다. 총점 80점을 쏘면 80만원을 소아암 환아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벤트를 마친 참가자는 다음 참가자를 지목한다.

슛 포 러브에 참가한 선수가 직접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 후원사인 게임업체 플레이독소프트가 거스히딩크재단 등과 함께 선수가 획득한 점수만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성금을 기부한다.

지금까지 참여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대단하다. 한국 축구의 모든 스타가 총망라돼있다. 첫 키커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었다. 첫 키커로 나서 54점을 쏜 안정환은 다음 키커로 송종국(36)과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지목했다. 송종국은 이정협(25·상주상무), 이용(29·울산현대)과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자신이 전담 마크했던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43)를 지목했다.

사랑의 챌린지는 점점 확대됐다. 이용의 지목을 받은 손흥민은 대선배 박지성을 점찍었고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번 시절 동료이자 감독이었던 필립 코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정협은 여자축구 에이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을 다음 선수로 지목했고 지소연은 이청용과 김진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진수는 한국 축구의 미래 백승호(18·바르셀로나 B)를 선택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도 빠지지 않았다.

해외 스타들도 좋은 취지를 이해하고 함께 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37·바르셀로나)과 세자르 아즈필리쿠에타(26·첼시)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슛 포 러브에 동참했다.

‘바르셀로나 후배’ 백승호의 지목을 받은 푸욜은 현재 무릎 부상 중임에도 기꺼이 나서줬다. 심지어 슛을 마치고 나서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영빈이’의 이름을 부르며 “꼭 완쾌되서 함께 축구하자‘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푸욜이 다음 참가자로 지목한 아즈필리쿠에타 역시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골 미용실 주차장에서 슛 포 러브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즈필리쿠에타의 다음 지명은 ’스페인 축구의 전설‘ 라울 곤살레스(38·뉴욕 코스모스)였다. 라울 역시 전혀 거리낌 없이 좋은 취지를 이해하고 이벤트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슛 포 러브에 참가한 축구선수는 총 18명이다. 그가운데 해외스타는 푸욜, 아즈필리쿠에타, 라울, 코쿠와 기성용의 팀동료 존조 셸비(23·스완지시티) 등 5명이다. 셸비는 기성용의 지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모인 기부금 총액은 2000만원이 넘는다. 금액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소아 사망원인 2위인 소아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소아암 환아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는 점은 단순이 금액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활동이다.

슛 포 러브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인 비카인드(Be kind)가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비카인드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과를 휴학 중인 20대 청년 김동준(29)씨가 친구와 함께 2012년 만든 회사다. 처음에는 페널티킥 이벤트로 시작했다. 션 등 유명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소아암 어린이 5명을 치료했다. 페널티킥 이벤트를 더 발전 시킨 것이 슛 포 러브다.

김동준 비카인드 대표는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내가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고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축구를 활용해 이벤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스타 푸욜을 섭외하기 위해 그가 다니는 영어학원까지 여러 차례 찾아가 삼고초려했다는 김 대표는 현재 다음 선수 섭외를 위해 이탈리아로 이동 중이다. 그는 “축구 하면 소아암이 연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소아암 환아들이 축구를 통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벤트에 참여할 선수들을 직접 섭외하느라 전 세계를 돌며 발품을 팔고 있는 김 대표가 가장 원하는 선수는 역시 ‘축구 神’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8·바르셀로나)다. 그는 “호날두나 메시도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호날두, 메시가 나선다면 소아암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슛 포 러브에 첫 출발점이 된 ‘반지의 제왕’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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