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돈이다] '선수 1명이 1500억원?' 천문학적 이적료 세계

  • 등록 2015-09-02 오후 1:54:43

    수정 2015-09-02 오후 2:11:18

유럽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이적료를 기록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가레스 베일.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유럽 프로축구는 이른바 ‘쩐의 전쟁’이다. 순수한 스포츠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프로 축구는 유럽에서 엄청난 돈이 오가는 비지니스다.

스타 선수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축구팬들은 경기 결과 만큼이나 스타들의 이적과 천문학적인 이적료 소식은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언론들은 축구선수들의 이적 관련 루머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적료 1500억원 시대...하늘 높은 줄 모르는 몸값

1566억원.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액이 아니다. 선수 한 명의 몸값이 이 정도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활약 중인 웨일즈 출신 공격수 가레스 베일(26)이 2013년 여름 토트넘(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길 당시 무려 8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이 돈을 지금 환율로 환산해보면 대략 1566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베일에 이어 이적료 2위 주인공은 포르투갈의 ‘축구 神’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다.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무려 8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베일이 등장하기 전까지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압도적 1위였다.

3위는 우루과이 간판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8·바르셀로나)다. 2014 브라질월드컵 ‘핵이빨’ 사건의 주인공인 수아레스는 2014년 리버풀(잉글랜드)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로 이적하면서 7500만 파운드(약 1366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4위는 브라질의 ‘축구천재’ 네이마르(23·바르셀로나)다. 네이마르는 2013년 산투스(브라질)에서 바르셀로나로 옮기면서 8700만 유로(약 120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바르셀로나는 2013년 네이마르를 영입할때 5700만 유로(약 780억원)이라고 축소신고했다가 나중에 진짜 이적료가 공개되면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의 ‘꽃미남’ 하메스 로드리게스(24·레알 마드리드)가 이적료 5위를 차지했다. 2014년 AS모나코(프랑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기면서 7950만 유로(약 1100억원)의 이적료를 발생시켰다.

▲축구선수 이적료, 비싼 이유 있다

이적료라는 개념은 프로축구에만 존재한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풍부한 미국에서도 선수 이적은 활발히 이뤄지지만 이적료라는 개념은 없다. 트레이드나 보상금 등의 명목으로 현금이 오가는 경우도 있지만 축구의 이적료와는 분명 다르다.

유럽 축구에서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오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 법칙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슈퍼스타일수록 원하는 팀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러 팀이 경쟁을 벌이면 이적료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선수를 보유한 원소속팀은 여러 팀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경우 가장 많은 이적료를 제시한 팀으로 보내게 된다.

구단 입장에선 선수를 팔면서 최대한 비싼 값을 받아야 한다. 이적료가 곧 구단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단이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 장사’로 벌어들이는 이적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적료는 기본적으로 100% 구단의 몫이다. 거물급 선수의 경우 계약 조건에 특별한 옵션을 넣기도 한다. ‘다음 이적시 이적료 일부를 선수에게 지급한다’ 등의 내용이다. 이 경우 선수도 팀을 옮기면서 연봉 외에 큰돈을 벌게 된다.

모든 팀들이 선수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망 같은 ‘슈퍼 빅클럽’의 경우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 구단이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한다고 해서 단순히 눈 먼 돈을 쏟아붓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타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 그만큼 부수적인 수입이 따라오게 돼 있다. 티켓 판매는 물론 유니폼 판매, TV 중계료 수입, 스폰서 광고료가 함께 올라간다.

실제로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은 매년 100만 장 이상, 우리 돈으로 1400억원 가까이 팔리고 있다. 매출의 5% 정도를 선수가 가져가더라도 이미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이적료와 연봉을 뽑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이적하고 전력이 강해질 때마다 구단 주가가 치솟는다. 선수 보강이 곧 구단 수익의 증대로 직접 연결되는 형태다.

▲‘꿈의 몸값’ 3000억원도 조만간 가능한 이유

아르헨티나의 ‘축구황제’ 리오넬 메시의 경우 현 소속팀 바르셀로나와 2018년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와 재계약하면서 2억5000만 유로(약 3400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 바이아웃은 이 금액 이상을 내는 구단이 있다면 무조건 이적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슈퍼마켓에 붙은 물건의 가격표처럼 선수에게 붙는 가격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바이아웃 금액은 비현실적이다. 베일이 기록한 역대 최고 이적료 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메시는 무조건 우리 팀 선수니 다른 팀이 절대 넘보지 말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런 천문학적인 바이아웃이 설정돼 있음에도 메시를 넘보는 구단들이 있다. 대표적인 팀이 잉글랜드 첼시다. 첼시의 구단주는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의 총재산은 95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른다. 전세계 50위 안에 드는 규모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7월 첼시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10억 파운드(약 1조9000억원) 넘게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의 엄청난 몸값도 아브라모비치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브라모비치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파리 생제르망 구단주 셰이크 알타리 등 중동 석유재벌들도 메시나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 영입을 위해 언제든지 ‘오일머니’를 풀 준비가 돼 있다.

물론 돈이 많다고 무조건 쓸 수만은 없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구단은 한 시즌 동안 팀을 운영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길 경우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엄청난 징계를 받게 된다. FFP 제도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거나 편법 구멍을 찾는다면 이적료 상승은 다시 활화산처럼 타오를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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