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승 가를 변수, 맥카티의 하드싱커 '명과 암' 분석

  • 등록 2014-04-11 오후 3:56:58

    수정 2014-04-14 오후 1:41:30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곤욕(2이닝8실점)을 치른 류현진(27·LA다저스)이 6일을 쉬고 일주일 만인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3연전 1차전에 시즌 4번째 선발 출격한다.

류현진이 혹시 있을지 모를 슬럼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애리조나전 호투 및 승리가 필요하다.

류현진과 맞상대하는 애리조나의 선발투수는 우완 브랜든 맥카티(30)다. 6피트7인치(201cm, 91kg)의 장신을 자랑하는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9년을 뛰며 통산 ‘42승51패 평균자책점(ERA) 4.16’ 등을 거두고 있다.

2007년 이후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10승 투수(201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9승9패 3.32’가 최고성적)가 되지 못한 점은 이채롭다. 이름값에 비해 저조했던 건 잦은 부상이 원인이었다.

‘201cm 꺽다리투수’ 맥카티는 누구?

커리어가 증명하듯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투수는 아니다. 주무기인 하드싱커(싱킹 패스트볼)가 묵직하게 제대로 먹히는 날에는 외야로 뜬공 타구조차 뽑아내기 힘든 투수로 정평이 나 있다.

맥카티는 풀네임이 ‘브랜든 패트릭 맥카티’로 지난 2002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샤이엔 마운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무대로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7라운드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시삭스)에 지명됐다.

꺽다리투수 브랜든 맥카티가 마운드에서 후속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마이너리그 생활은 짧았다. 드래프트 뒤 곧바로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 투입돼 경기감각을 익혔고 2003년에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공이 굉장한 컨트롤을 자랑하며 101이닝 동안 125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인상적인 기록(9승4패 3.65 등)을 남겼다.

볼넷이 15개밖에 없었다는 건 어린 나이지만 그의 로케이션(제구)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나타내주고 있다. 2004시즌에는 더욱 발전해 ‘싱글A, 하이싱글A, 더블A’ 등을 두루 섭렵하며 ‘202탈삼진(172이닝 30볼넷 17승6패 3.14 등)’을 솎아냈다.

맥카티의 이름에 특급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고 더 이상 기다리는 건 무의미했다. 마이너리그를 초고속으로 졸업한 맥카티는 2005년 5월 만 21세로 꿈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다. 그해 스팟 스타터(임시 선발) 역할을 맡으며 시삭스가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삭스는 여세를 몰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4승무패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깜짝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이뤘다.

2006년은 구원투수로 53경기(2선발)를 나갔으나 시즌이 끝난 12월 텍사스 레인저스로 깜짝 트레이드된다. 그때부터 부상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2007년 오른쪽 어깨뼈에 피고골절이 생겨 2개월을 쉬었고 2008년에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돼 시즌을 거의 날렸다.

2009년 돌아와 17경기(7승4패 4.62)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치명적인 어깨수술을 받고 이어진 2010시즌까지 몽땅 날렸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맥카티는 2010년 12월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고 2011시즌 생애 최고의 해를 만끽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2년(8승6패 3.24)에는 개막전 선발투수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해 겨울 다시 FA로 애리조나와 2년 1550만달러 계약을 맺었으나 어깨문제가 계속되며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무기 ‘하드싱커’ 지금 상태가 중요

맥카티는 지긋지긋한 부상만 없었다면 지금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을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피지컬(운동·신체능력)에 비해 공이 빠른 편은 아니다. 패스트볼(빠른공) 최고구속은 95-96마일(약 155km)까지 찍지만 주로 90마일 초반대를 형성하고 통산 패스트볼(빠른공) 평균구속은 90.8마일(약 146km)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이 패스트볼이 가라앉는 특성을 띠는 성커성으로 한창 좋을 때는 하드싱커라는 평가를 들었다.

맥카티는 오히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던 로케이션이 돋보이는 유형이다. 여기에 다양한 구종이 추가되는데 싱커성의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 커브 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두루 구사한다.

좋은 로케이션을 앞세워 ‘싱커-투심-커터-스플리터’ 등 패스트볼 계열의 구사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공격적인 투수다. 제2의 구종은 변화구 ‘커브’로 큰 키에서 꺾이는 각도가 예리하다.

다른 구종들은 구사비율이 10% 내외로 거의 4가지 패스트볼과 커브 등 ‘투 피치’ 스타일로 보면 된다.

싱커투수답게 땅볼 유도가 많은 점은 다저스 타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통산 땅볼 유도가 41%(지난해 48.2%)고 올해는 일단 2경기(무승1패 ERA 7.82)에 불과하지만 그 비율이 60.5%까지 치솟았다.

땅볼형 투수로 뜬공 역시 내야에 높이 뜬 타구를 자주 만들어내기로 악명(?) 높다.

싱커의 컨트롤은 예술적이어서 지난 2년간 9이닝당 볼넷이 1.57에 머물고 있다. 싱커의 효용성은 장타를 제한하는 능력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통산으로는 피홈런 등 장타를 허용하는 비중이 낮은 투수(802이닝 93피홈런, 2011년부터 9이닝당 피홈런 0.58-0.81-0.87)로 꼽히지만 올 시즌은 2경기 동안 홈런을 4방이나 내주고 있다.

따라서 다저스 타자들은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듯 보이는 맥카티를 상대로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편이 좋다.

각종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맥카티는 싱커가 잘 듣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편차가 심한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싱커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장타를 많이 허용하는데 이는 그가 정평이 난 땅볼투수면서 생각보다 뜬공 비율이 높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첫 2경기에서 난타를 당한 맥카티의 싱커가 여전히 제 위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인 ‘체이스 필드’에서 다저스 타자들의 불꽃 튀는 장타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꾸준한 류현진은 큰 이변이 없는 한 6이닝3자책 이하의 ‘퀄러티스타트’를 해줄 수 있다고 볼 때 류현진의 시즌 2승 사냥에 맥카티의 싱커 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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