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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안방극장에 강력한 시청률 스매싱을 날리고 있다.
문근영 천정명 주연의 `신데렐라 언니`의 후속 드라마로 지난 6월 9일 첫 방송된 `제빵왕 김탁구`는 첫 회 14.3%(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후 방송 6회 만에 `대박 드라마`의 기준인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안방극장의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급기야 6월 마지막 주 지상파 3사 주간 시청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주중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이는 최근 방영된 주중 드라마 중에서 가장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다.
방영 전 `제빵왕 김탁구`가 주간시청률 1위 드라마가 되리라고 예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이전 KBS 수목드라마였던 `신데렐라 언니`와 `추노` 그리고 `아이리스`에 비해 `제빵왕 김탁구`는 뚜렷한 스타도 없던 작품이었고 이른바 대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빵왕 김탁구`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과 SBS `나쁜 남자`가 훨씬 더 드라마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로드 넘버원`은 6·25 발발 60주년 특집으로 MBC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작품이었고 김남길 한가인을 앞세운 SBS `나쁜 남자` 역시 한가인의 안방극장 컴백과 입대 전 김남길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빵왕 김탁구`의 승리였다. 스펙터클한 전쟁 신이 있던 ‘로드 넘버원’도 김남길과 한가인의 애절한 로맨스로 점철된 `나쁜 남자`도 빵냄새 풍기는 김탁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 막장 논란과 아역 열연 초반 시선 끌기 성공
`제빵왕 김탁구`는 70년대 한국의 경제계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분)가 제빵업계 거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극 초반 소위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극의 주축을 이루는 김탁구와 구마준의 출생이 모두 불륜으로 잉태되어서다. 즉 김탁구는 구일중(전광렬 분)과 김미순(전미선 분)사이에서, 구마준(주원 분)은 서인숙(전인화 분)과 구일중의 비서실장 한승재(정성모 분)사이에서 낳은 아이였던 것. 부부인 구일중과 서인숙 모두에게 숨겨야할 과거가 있었다. 게다가 5회 방송에서는 한승재가 김미순의 강간을 사주하는 모습 등이 그려지는 자극적인 내용이 연이어 전개됐다.
이 와중에 구일중 역의 전광렬이 “초반 시청률이 높은 것은 모두 아역들의 몫이다”라고 할 정도로 열연을 펼친 아역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시청률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김탁구 아역의 오재무와 구마준 아역의 신동우 등은 오히려 윤시윤과 주원의 연기력을 염려하게 만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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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특수, 수목 대진표 유리
`제빵왕 김탁구`가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데에는 2010 남아공 월드컵 특수와 함께 드라마 편성상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 덕도 크다. 올해 남아공 월드컵은 SBS가 단독중계를 하게 되었고 SBS는 월드컵 64경기를 모두 생중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제빵왕 김탁구`와 맞대결을 펼친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는 지난 5월26일 첫 방송후 6월 월드컵 기간 중에 3주 연속 방영되지 못했다.
MBC 또한 지난 5월 중순 `개인의 취향`이 종영한 이후 6월23일 `로드 넘버원`의 첫 방송 전까지 4부작 드라마 `런닝, 구`와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등을 방영해 수목드라마의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게다가 `제빵왕 김탁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진 6월 17일에는 편성시간을 오후 9시50분대에서 경기가 끝난 오후 10시40분으로 늦춰 월드컵 경기와의 맞대결도 피했다. 즉 시청률 측면에서 `어부지리`할 수 있던 여건이 조성되었던 셈이다.
◇ 통속성과 캐릭터의 조화
이러한 통속성에 대해 극중 서인숙 역을 맡은 전인화는 “인생을 표현하는 입장에서 저 밑에 꼬여 있는 인생들을 파헤쳐봤을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이 많은 것 같다"며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기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제빵왕 김탁구`의 대본에 그것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인화는 “그동안 수목드라마가 비교적 트렌디한 작품이 많았던 반면 `제빵왕 김탁구`는 그런 작품과는 다르다”며 “시청자들도 이런 `김탁구` 같은 소재의 드라마에 목말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빵왕 김탁구`제작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요즘 수목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선악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진부해 보이는 설정도 있지만 캐릭터에 밀착한 중견연기자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밑받침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30부작 예정인 `제빵왕 김탁구`는 지난 7일 9회 방송에서 33.4%(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일 방송이 기록한 31.6%보다 1.8%포인트 오른 수치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이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나쁜 남자`는 7.0%, MBC `로드 넘버원`은 6.3%에 머물렀다.
이날 방송에서 김탁구 첫 사랑 유경(유진 분)과 마준(주원 분)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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